사랑에도 서열정리가 필요하다면 난 기꺼이 을이 될 거야.
연애에 있어서 갑을 관계가 존재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YES!”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서로 사랑하는데 위아래가 있을 수 있냐고 반발을 하는 사람도 분명이 있을 테지만 적어도 내 개인적인 생각은 있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갑을 관계라는 것은 꼭 서열이 있고 누구는 잘났고 누구는 못났다의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물론 연애의 갑을관계라고 하면 우선 누가 더 사랑하고 있을까, 혹은 누구는 벌써 마음이 떠났을 때 생성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케이스를 보자면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된 커플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헤어짐을 겪고 다시 결합이 된 연인들은 분명 둘 중에 하나 누군가 사과를 했을 것이고 누군가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했을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서 암묵적으로 ‘이 사람은 나를 많이 사랑하니까 편해.’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결국 의도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중에 내가 이 사람보다 갑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쁜 것이라며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엔 항상 그래왔다.
다시 만나고부터 꾸준히 잘 만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비슷한 이유, 대체로 다시 만나자고 했던 사람의 마음이 지쳐서 이별을 맞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번 틀어진 관계가 다시 원상복구 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서로가 사랑함으로 연결된 연인 관계이니 더욱 예민하고 조심해야하는 부분이다. 이런 만남은 당연히 추구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다. 누가 위에 존재하냐의 마음은 이미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에 나올 수 있는 심리다.
아름다운 갑을 관계.
듣기만 해도 부조리한 냄새가 풀풀 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마치 기름과 물 같다. 하지만 아름다운 갑을 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사랑을 시작할 때.
오랫동안 친남매 못지않게 지내오던 젊은 남녀가 있었다. 이 둘은 누가 보아도 커플보다 다정했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언제 만나냐는 질문을 수차례 들어왔지만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는 말만 남긴 채 손을 내저을 뿐이었다. 이 둘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지 못했고 결국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둘의 관계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바뀌면서 실제로 달라진 모습들이다.
친구와 썸의 애매한 관계로 지내면서 제한되었던 표현들이 연인으로 발전됨으로 인해서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밀당이라는 줄다리기를 할 필요도 없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기에 누구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높이는 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자발적으로 낮춤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똑같이 갑과 을이지만 온도의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솔직히 그런 관계를 갑을 관계라고 하기엔 애매한 것은 사실이다. 굳이 말하자면 양보와 배려의 차이다. 하지만 자신을 낮춘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자신의 입장에서 을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네가 갑이고 나는 을이야.” 라는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 데 있다.
답은 그저 사랑하는 마음에서 온 것이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