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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Aug 17. 2020

너도 나도 손절하는 지금

내 입맛에만 맞는 사람만 존재할 수 없다

한 번뿐인 인생에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스쳐갈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동반자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나는 몇 명의 사람에게 소중하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을까.


먹이 피라미드의 상위권에서 군림하는 인간은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반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동물들과 다를 바 없이 매우 나약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무리를 지어서 살아간다.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면서 정작 함께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다만, 인간은 그저 생계를 위한 무리 지음을 떠나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생존을 넘어선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힘을 만들어낸다.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시작해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의 전부가 되기도 하며, 학교와 직장처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어디서든 우린 공동체 속에 속해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나의 인생에 대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영향력이 있는 존재들이란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나의 환경은 주변인들로 인해서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만남은 설레고 이별은 슬프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기꺼이 인연의 끈을 끊는 독함도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손절’이다. 공부 잘하는 친구,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동료라면 곁에 두고 조금이라도 도태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다면 과감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행위다. 어쩌면 인간이라면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은 수도 없지만 모두가 나의 편이고 나의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많은 인연 중에서 나의 인연을 찾기 위해서 재고, 또 재며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채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정리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군대를 가거나 특히 세상의 톱니바퀴가 되어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주변에 소홀해질 때가 온다. 연락이 뜸해지고 만남이 줄어들면서 누군가가 떠나기도 한다. 혹은 어떠한 갈등으로 심히 틀어진 관계는 지층이 맞물려 지진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무너트린다.


누군가를 손절하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손절당하기도 했다. 이별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것에 대한 이유를 애써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저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이별에 무뎌지고, 세상은 여전히 차가워져만 가니 만남은 더 이상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조금 더 떨어져 의심하고 적정한 선을 남기며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 언제든 쉽게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소중함을 잃은 관계 속에서 허덕이다 지쳐 주저앉았다. 기대고 싶지만 어디 하나 마음 편하게 기댈 곳이 없었다.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들을 거르겠다면서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람까지 떠나버렸다. 힘들지만 불평할 수 없었다. 혼자서 일어나려 발버둥 치는 모습이 인간관계 정리를 너무도 쉽게 해왔던 벌이자 지금의 현실이다.


친구를 고르는 데는 천천히, 친구를 바꾸는 데는 더 천천히.
-벤자민 프랭클린-


입맛에 맞지 않다고 쉽게 뱉어버리면 그만인 인연은 없다. 어쩌면 먹기에 힘든 쓰디쓴 약이 바로 인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를 건강하고 유익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가끔 부작용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것이 인간관계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만남들을 가볍게 여겼다면 조금은 그 무게를 느끼고 신중하고 천천히. 보다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다시 넘어지는 순간에 나를 붙잡아주는 친구가 곁에 있음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인스타그램@yh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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