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현욱 Jan 18. 2022

아이둘과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바질 지구생활수기 공모전 참가작

저희 가족은 지구에서 렌트비가 가장 비싼 도시 중 한 곳인 노스밴쿠버에 살고있어요. 우리는 날이 갈수록 치솟는 월세값을 감당할 수 없고, 선진국의 소모적인 라이프에 늘 회의를 느꼈어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모든 걸 바꿀 아주 큰 변화가 필요했죠. 그래서 모든 걸 정리하고 자급자족할 땅을 찾아 떠나기로 했어요. 자전거로 말이죠! 아이 둘과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첫 날은 약간 흐려서 좋았어요. 오히려 화창하지 않은 날씨가 자전거를 길게 타기에 좋거든요. 3살반, 1살반인 우리 아이들은 자동차 타는 걸 안 좋아하지만 자전거에 타는 건 너무 좋아해요. 우리는 전기자전거 두 대로 그동안 많이 연습했어요. 이제 날마다 2-3시간씩 계속 타야하니까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싣고요.

우리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자전거에 모든 이삿짐을 다 실을 수 있어요. 자전거 2대만으로 이사가는 것 상상이 가나요? 우리가 아무리 가진 것이 적었어도 자전거에 다 실으려면 더 줄여야했어요. 아내의 유모자전거에는 두 아이와 랩탑, 장비 등을 실었고, 남편의 화물자전거에는 옷과 기본 식기류, 식료품, 아이스박스, 웨건 등 본격적으로 뭘 많이 실었어요. 짐만 100kg이 훌쩍 넘었는데 처음에 핸들을 잡았을 때 중심을 잡느라 양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첫 날은 노스밴쿠버의 린밸리에서 밴쿠버아일랜드의 나나이모까지 32km를 달렸고, 둘째 날은 나나이모에서 솔트스프링아일랜드까지 53km을 달렸어요. 첫 날만도 저는 무게때문에 두번이나 옆으로 넘어졌는데, 한번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었죠. 첫 숙소에서 “와 이건 도저히 아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싶어서 식재료와 옷을 숙소에 주고 이동했어요. 둘째 날 숙소는 아주 급경사의 산 위에 있었는데 올라갈 때 경사진 도로가 너무 위협적이었죠. 아내가 경사면에서 힘이 달려서 한번 넘어지고 아이들이 놀라서 울기 시작하자 오르기를 포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올라가서 숙소에 화물자전거의 짐을 풀고 빈자전거로 다시 내려와 아이들과 남은 짐을 나눠 싣기로 했죠. 땀을 뻘뻘 흘리며 왕복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릅니다. 급기야 마지막엔 화물자전거의 듀얼 배터리가 모두 다 되서, 유모자전거의 배터리를 빼서 하나씩 나눠끼고 숙소에 겨우 도달했어요. 그 날 “살기위해서” 정말 많은 것을 처분했어요. 마을 중고품상점에 아이스박스와 옷, 캐리어 등 새것을 잔뜩 기부했어요. 정말 미련없이 처분했네요. 그제서야 우리는 제대로 이동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만으로 밴쿠버아일랜드의 동부해안을 따라 날마다 두세시간씩 자전거를 달려서 코목스 밸리에 도착했습니다.

자전거로 밴쿠버아일랜드 동부해안투어를 계획할 때 우리가 세운 규칙이 있어요.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섬 간 이동은 페리를 이용한다). 비건-자연식물식을 지향한다. 천기저귀 사용을 지향한다. 제로 물티슈한다. 쓰레기 제로를 지향한다. 중간에 옷을 사야하면 중고품상점을 이용한다. 필수장비를 제외한 새로운 물건은 사지 않는다(중고는 가능). 모든 여정은 즐거워야한다. 여의치않을 경우 규칙이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지키기위해 노력은 해보아야한다.”

우리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실현할 곳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을지라도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접어둘 수 없었어요. 어쨌든 우리는 자전거로만 이동했고, 동물성식품을 전혀 먹지 않았으며, 마지막까지 90% 천기저귀 사용을 달성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최남단은 솔트스프링아일랜드, 최북단은 밴쿠버아일랜드의 캠벨리버였고, 코트니, 혼비아일랜드, 파웰리버 등을 여행하며 장장 83일간의 자전거여행을 어린 두 아이와 함께 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획을 변경해 선샤인코스트 지역을 지나 노스밴쿠버에 다시 돌아갔습니다. 도시를 아예 떠나려 했지만 간단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어요. 우리는 일단 물러났지만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쯤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은 여행 중 많은 물건을 버렸지만 값진 인생의 경험들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가족끼리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어떤 어려움도 두렵지 않을거라는 걸 느꼈습니다!



밴쿠버아일랜드에는 북미 온대우림이 굉장히 넓게 펼쳐져있고 도시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아도 빽빽한 나무와 아름다운 야생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살면서 자연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었고, 숲에서 바다에서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대자연의 경이와 보살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우리는 정말 미약한 개체일 뿐입니다. 우리는 다른 생명을 해하지않고, 지구생명체로서 타자와 공존하며 서로 보살피는 삶을 살 것입니다!



(이 글은 BASIL 지구생활 수기 공모전에 공모하기위해 2000자 내외의 에세이 형식에 맞춰 작성한 글입니다.  지난 해 우리 가족은 자전거 두대만으로 자동차를 타지않고 83일간 밴쿠버아일랜드 여행을 했습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그 여행의 기록을 글로 남겨볼 예정입니다.


한편, 유튜브 채널 ApatoProject에서는 <아이둘과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시리즈를 영상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구독과 시청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건 아스퍼거증후군 가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