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파도가 칠 때면 집에 있는 그림책장 앞으로 간다. 거기에서 눈에 띄는 그림책을 몇 권 읽다 보면 파도가 잠잠해진다.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하나둘 모으다 보니 거의 백 권 정도가 되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짧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 깊은 메시지가 숨겨져 있어서 읽다가 종종 감탄한다. 단순한 이야기는 마음을 쉽게 열게 하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메시지는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처음 그림책이 내 마음에 들어왔던 것은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관계 문제를 겪고 있을 때였다. 좋은 의도로 했던 행동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왔던 적이 있었다. 그 여파로 피해 본 사람들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하러 다니느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때 페이스북에서 내 마음을 다독여 주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것을 저장해 두고 계속 봤었는데, 그 글과 그림이 묶인 그림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괜찮아>라는 책이었다. 지금은 개정판으로 나와 있지만, 그때에는 아쉽게도 절판된 상태였다. 구할 방법이 없나 찾아보다가 신촌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한 권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구매했다. 그렇게 책을 사 와서 읽고 또 읽었다. 그 책 덕분에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내 삶의 키워드가 ‘위로’였는데, 그림책을 통해 큰 위로를 받고 나니 나도 그림책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전에도 그림은 그려왔지만, 받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결심이 지속할 힘을 더해주었다.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생각이 커지면 한동안 그림과 멀어지기도 한다. 그림과 멀어져 있다 보면 그림책이 나를 일으켰던 순간이 생각나서 다시 펜을 들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쉽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다독이는 그림을 그리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펜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