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책 욕심이 많았다. 지역살이 특성상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기 때문에 모든 궁금증은 책으로 풀었다. 패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는 백과사전같이 두꺼운 패션 관련 책들을 사며 그 존재만으로 든든한 마음이 생기곤 했다. 그렇게 책이 친근해지며 도서관이라는 공간도 편한 곳이 되었고, 동네에 있던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며 책을 읽었다.
도서관은 다양한 책이 있어서 좋았지만, 단점도 몇 가지 있었다. 책을 대출 기간 내에 읽어야 하고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핸드폰이나 노트에 기록해 두어도 나중에 찾아보기가 번거로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대신 직접 사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여유롭게 읽으며 좋아하는 문장에 밑줄도 그을 수 있고, 언제든 생각나면 꺼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자주 살 때는 교보문고 VIP 회원이었다. 한번은 배송 주소를 잘못 입력했는데 배송 기사님이 주소가 잘못된 것 같다며 우리 집에 잘 배송해 주시기도 했다.
대학생 때까지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으니 종종 들러서 책도 빌렸는데, 졸업한 뒤로는 몸도 마음도 자연스럽게 도서관과 멀어졌다. 하지만 계속 책을 사다 보니 비용도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책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동네 골목길 산책에 빠져있던 시기에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나 찾아보니 꽤 많았다. 고민 끝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오랜만이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도서관에 갔다. 대출 카드를 발급받고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골라서 자리에 앉았다. 책을 사서 읽을 때는 혹시라도 후회할까 봐 열심히 고르고 골라 구매했는데, 도서관에서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새로운 기쁨이었다. 정말 마음만은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출판계가 사양 산업이라는 말이 자주 들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책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존재한다. 종종 도서관에 들러 책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