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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Oct 28. 2024

때로는 맛집에 기대도 괜찮아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어디 놀러 갈 때도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 나기에 정말 신기했다. 이런 기대감의 시작은 빵집 투어였다.


어느새 자취 경력이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자취하면 밥은 어떻게 먹어?’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밖에서 잘 사 먹지도, 그렇다고 요리도 즐겨하지 않는 나는 그럴 때마다 ‘집에서 간단하게 먹어요’하며 얼버무린다. 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 온 지 5년이 넘었는데 집 근처에 방문했던 가게는 식당과 카페, 빵집을 다 합쳐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늘 이런저런 일로 통장이 가벼워서 그랬는지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으면서 밖에서 사 먹는 것에 뭔지 모를 죄책감이 있었다.


한 끼 식사는 항상 풀지 못한 숙제와 같았다. 나가서 사 먹는 것은 사치 같은데 그렇다고 요리하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렇게 맛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항상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으려 애썼다. 언젠가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생각을 뒤로 한 채로. 그러다 보니 늘 허기져서 간식들로 채우지 못한 배를 채웠다.


이런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으면서 건강하게도, 배부르게도 먹지 못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요리 전문가들이 이미 많은데 그들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커졌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하며 서로 돕고 사는데 나 혼자 모든 것을 하려고 끙끙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요리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가끔은 이미 잘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이 나에게도 쉴 틈을 주는 게 아닐까.


그 뒤로 집 근처 빵집으로 종종 빵을 사러 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포장해 오며 또 하나의 벽을 넘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해내야겠다는 생각은 내려두고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며 오늘이 좋은 날이 되도록 나를 잘 돌봐야겠다. 언젠가 올 좋은 날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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