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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물고기 Jul 28. 2021

#25.미니멀 라이프

- 생각에도'미니멀 라이프'가필요하다.

<오늘의 메뉴>

유부초밥, 비트&오이장아찌, 보리차


 한동안 미디어 매체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였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는 '미미의 아파트'를 가지고 '쥬쥬의 아파트'를 가질 궁리를 하던 욕심 많은 아이였다. 뭐든 남들보다 하나 더. 그건 남동생 꿀꿀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대보다 더 좋은 것, 하나 더 가짐으로 뭔가 내가 이겼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닥치는 대로 모우는 '맥시멀 라이프'의 꿈나무였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뭔가 물욕이 사라졌다.

가지는 즐거움이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했는데 물욕이 사라지면서 소유의 즐거움이 사라졌다.


 옥주현 씨가 '음식 먹어봤자 모두 우리가 아는 맛'이라고 했던 것처럼 물건도 이미 최대치로 가져봐서 그런지 소유의 만족감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풍선에 바람이 최대한으로 불어넣듯 열심히 가질 궁리와 노력을 하다 막상 손에 생기면 바람이 피익 빠져서 행복했던 마음도 금세 허무해졌다. 대학시절에도 용돈 소비 패턴을 보면 대부분 기차값이나,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지불하는 돈으로 나갔지 물건에 지불하며 쓰진 않았던 것 같다.

나 스스로 '미니멀 라이프'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혼 후 동네 애기 엄마들이 우리 집에 오면서 다들 모델하우스인 줄 알았다며 "혹시 미니멀 라이프세요?" 한 10번은 넘게 질문을 들으면서 생각보다 미니멀 라이프가 어렵지 않구나 느꼈다.

심지어 최근에 연예인 집안을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면서 '이런 집들이 있다고?' 놀란 적이 있었다.


 내 물건 소비의 철칙은 간단하다. 당장 6개월 이내 사용하지 않은 것들은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 하고, 그릇이 이쁘면 무조건 기존에 있던 그릇 하나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남편은 6개월 지나서 필요할지 어떻게 아냐고 핀잔을 주지만 대부분 그런 일이 없었고 나눔을 자주 하다 보니, 지나가는 말로 필요하다 하면 누군가는 꼭 내게 나눠줬다. 그리고 물건을 살 때 기존의 것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니, 물건이 고장 나지 않은 이상 소비할 일은 대부분 없었다. 우리 집의 가전제품은 결혼 전에 남편이 혼자 살던 시절 가지고 온 것도 있어서 지인들은 조금만 더 쓰다 삼성이나 엘지 박물관에 기증하라 농담으로 말한다.(금성이라 적힌 제품도 아직 있다)


 하지만 버려도 더 비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을 왜일까.

내 주변 환경은 '미니멀 라이프'로 살아가고 있지만, 요즘 내 감정은 반대로 '맥시멀 라이프'인 것 같다. 호르몬 질병의 영향일 수 있지만 되돌아보면 선천적으로 난 뭐든 과한 감정의 소유자였다. 열정도 과해서 가끔 실전에 실수도 많이 하고, 오지랖도 과해서 오히려 상대가 불쾌한 적도 있었다. 걱정도 과해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200가지는 생각하며 밤을 지새웠다. 30대가 되고 후반이 되면서 조금이 감정을 내려놓기는 했고, 특히 오지랖과 친절의 선을 혹독한 사회생활을 통해 배워서 실수는 덜하지만 걱정과 불안은 좀처럼 줄지는 않는다.


 결국 감정이 극적으로 많다는 것은 생각이 많아 생긴 부작용인 것 같다. 신중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 말을 듣기 가까지 말 한마디를 할 때도 한 30번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말수가 적다는 말은 듣지만, 지금까지 술자리에서나 사소한 말실수로 이불 킥을 한 적을 거이 없다. 나에겐 마음에서 나오는 한마디인데 상대가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하지 않을 까. 의심의 여지가 있지 않을 까. 늘 생각하다 보니 머리는 뜨거운 컴퓨터 본체처럼 항상 바쁘다. 휴직을 하면서 회사 밖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너무 신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많이 해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좋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인간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가끔은 본인의 실수, 허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데, 굳이 개인적인 것을 상대가 흥미 있어할까. 궁금해할까 오만 생각을 하다 보면 늘 말하는 입장이 아니라 듣는 입장이 된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과하게 생각하게 되면 만남의 자체가 굉장히 피곤한 업무로 자리 잡는다.


 휴직 후 아침마다 나만을 위한 식사를 정성껏 차리면서 결국은 내 마음도 손님으로 정중히 대하자 생각이 들었다. '이 말 한마디로 상대가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 '만 생각했지 결국 그 말을 못 하고 돌아서는 내 답답함을 따져보지 못했다. '이 행동이 조금 불쾌했으니 앞으로 조심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도 당장을 상대에게 불편함 주겠지만 결국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건강해질 것이다.

정성스러운 나만의 식사를 하면서 이제 내 마음도 잘 보살펴줘야지. 물론 이기심과 보살핌의 선을 적절하게 잘 지켜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나를 더 아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생겼다.

상대만 생각했던 마음과 시간이 쌓여 결국 내 감정의 통도 가득 차서 무엇이든 과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도 생겼다.

요즘은 내 주변만 최소한으로 비울 것이 아니라 과하게 배려했던 감정의 통도 비우고자 노력 중이다. 도움되지 않았던 걱정, 불안, 오지랖을 모두 정리하면 건강하고 즐거운 감정만 골라 소소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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