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여행을 떠난다

by 달빛그림자

내일, 상하이로 여행을 떠난다.


번역을 하는 것이 업인 나는 직업의 특성상 1년에 한두 번은

여행을 간다. 중국어를 번역하는 사람인지라 가는 곳도

중국이나 타이완, 홍콩 같은 곳이다.

그렇게 여행을 가는 이유도 대부분은 서점 투어 즉,

번역할 책을 직접 고르러 가기 위해서다.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를 수도 있고, 주문할 수도 있지만

직접 현지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해도

내가 보기에 괜찮은 책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데려온 책들 중에 출판사에서 소개해

내가 직접 번역까지 한 책도 여럿 있다.

내가 하는 언어가 영어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책을 고르겠다고 미국에 가기는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 아닌가. ^^;


아무튼 어찌 보면 나는 여행이 일상이 된 사람인데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면 기분이 달뜬다.

나는 보통 혼자 여행을 가는 편인데 내일은 조카와 함께 여행을 간다.

내게는 첫 조카라 다른 조카들보다 정이 많이 가는 녀석인데

이렇게 방학 때 가까운 곳이라도 외국에 다녀오면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끔 한 번씩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이런 내 마음을 조카 녀석이 얼마나 알아줄지

알 수 없지만 여행은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도 좋다.


내가 번역한 중국의 유명 소설가 장자자의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란

소설을 보면 여행의 의미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이 있는 여행은 무언가를 피하거나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렇다고 엄청 대단한 걸 얻거나

특별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도 아니지.오히려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꼈던 현실에서 벗아나, 자신의 세계관을 바꾸고

마음속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무언가를 서서히 바꾸기

위해서라고. 며칠이면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출근하고

골치 아픈 일에 시달리더라도, 우리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어. 아니,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내 인생이라는 책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컬러 페이지가 생긴 거잖아. 이게 바로 여행의 의미인 거라고.'


나는 책의 이 구절 중에 '내 인생이라는 책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컬러 페이지가 생긴 거'라는 말에 깊게 공감했다.

평범하고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 여행은 흑백이 아닌

컬러 페이지 같은 특별한 자극을 준다.

물론 내가 가는 여행지에도 이곳 서울과 똑같은

고층 빌딩이 있고, 지하철이 다니며, 편의점이 있고,

비슷한 강물이 흐르지만 이국에서의 풍경은 같은 풍경이라 해도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이 약간 낯선 풍경을 보겠다고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그만한 대가를 치를 충분한 가치가 있다.


덕분에 나는 반복되는 일상과 지긋지긋한 고민, 참을 수 없는

평범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지 않은가.

위에 언급한 장자자 작가는 여행이란 무언가를 피하거나

벗어나기 위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내게는 그런 의미도 있다.

그게 쿨해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그런데 아니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물론 여행 이후에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기분을 리프레시하고 나면 새롭게 싸울 힘이

생기기도 한다. 현실과 싸우느라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가도

잠시 공이 울려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나면 한번 더 싸워보겠노라고

가드를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나는 내일 당장 여행을 가면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조카 때문에 성질이 나고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날 것이다. 그래도 떠난다는 것은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나는 20대 후반에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했었는데 그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김만큼 생각이나 가치관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됐다. 1년의 어학연수에 비할 것은

못 되지만 여행은 그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며칠이지만 평소와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거리를 걸으며,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은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다.


잠깐의 여행으로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특별한 꿈을 꿀지도 모른다.

세상에 이렇게 즐겁고 설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일, 드디어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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