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51분
집 앞 오르막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가 멈추면
난 내 사랑을 잃는다
당연히 멈춘 버스에
난 터지지 않은 바퀴가
성실한 운전수가 미워졌다
그 길로 버스를 타고 종점
포구로 간다
이번엔 저 배가 떠나가면
난 떠나간 사랑도 잡지 않을 것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기관사가 배에 시동을 걸었다
두두두두 엔진소리
내 삶을 산산조각 냈다
난 떨어지지 않은 배의 기름과
출항해야만 하는 그 가족의 굶주린 배와
쏟아지지 않은 비와 태풍과
휘몰아치지 않은 쓰나미가 미워졌다
그 길로 다시 정류장을 향해
횡단보도로 간다
신호등은 바뀌고 또 바뀌고
버스는 오지 않고
난 돌아가는 버스에 내 사랑을 걸어볼걸
심야운행도 아닌 버스 새벽에 기다리며
어느 버스까지가 나의 마지막 사랑일지
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