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耳鳴)

감정이 만들어내는 신체적 반응 (14)

by 조자연

이명은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종종 설명의 부재(不在)에서 더 힘들어지는 증상입니다.


귀에서 소리가 나서 병원에 갔고,
검사를 했고,
"큰 이상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놓이기보다 오히려 더 막막해집니다.


왜냐하면 환자 입장에서 그 말은 종종 이렇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병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잘 낫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잘 듣는 치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신경 쓰지 말라"는 말만 남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명 환자가 진짜로 힘들어하는 지점은
단순히 귀에서 소리가 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이 길어질 때입니다.



이명은 정말 '신경성'일까

이명은 흔히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환자에게 쉽게 상처가 됩니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건가?"
"내 성격 문제라는 뜻인가?"
"내가 신경을 덜 쓰면 되는 건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말은 그렇게 써서는 안 됩니다.


이명에서 흔히 말하는 "신경성"은

'성격이 예민하다'는 뜻이 아니라,

'청각계와 뇌의 주의·경계 시스템이 과민해져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신경계가 이미 오래 긴장해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이
실제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뇌가 그 소리를 '중요한 신호'로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명이 다 가볍게 볼 증상은 아닙니다

이명은 분명히 평가가 먼저 필요한 증상입니다.


난청, 소음 노출, 중이 질환, 메니에르병, 일부 약물,

드물게 혈관성·신경학적 원인과 연관될 수 있고,

특히 아래 경우는 따로 봐야 합니다.

한쪽만 새로 생긴 이명

박동성 이명(맥박에 맞춰 뛰는 소리)

갑작스러운 난청이 동반된 경우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


중요한 건 이겁니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은
우리가 이제부터 봐야 할 층이 '구조적 병변'만이 아니라

'신경계의 반응성과 회복력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 이명은 잘 안 낫는 것처럼 느껴질까 -'소리'보다 '소리에 대한 반응'이 고착되기 때문입니다.

이명은 귀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증상을 힘들게 만드는 건, '소리 자체'만이 아닙니다.

그 소리를 계속 확인하게 되는 주의집중

"이러다 더 심해지면 어쩌지"하는 불안

잠들기 직전 더 커지는 체감

수면 부족으로 인한 다음 날의 예민함

피로와 목어깨 긴장으로 인한 전신 과각성


이런 것들이 함께 결합되면서,
이명은 '단순한 귀 증상'에서
'삶의 질을 흔드는 증상'으로 변해갑니다.


즉, 이명의 괴로움은 종종
'소리의 물리적 크기'보다
뇌와 몸이 그 소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의해 더 커집니다.



감정은 이명을 어떻게 악화시키는가

이명도 예외가 아닙니다.


감정은 단순히 '마음 상태'가 아니라, 몸의 생리학을 바꿉니다.

반복되는 불안, 긴장, 억눌림, 걱정은 자율신경계를 흔들고, 그 결과 염증·면역·순환의 톤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다시
수면, 회복력, 감각의 민감도에 영향을 주어
이명을 더 크게, 더 날카롭게, 더 못 견디게 만들 수 있습니다.



1) 감정과 염증 - 소리를 더 ‘거슬리게’ 만드는 몸의 상태

이명 환자에게 항상 급성 염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적 긴장이 길어지면

몸은 '저강도' 염증 상태로 기울기 쉽고, 이 상태에서는 신경계의 반응성이 올라갑니다.


그 결과 같은 이명이라도

피곤한 날 더 크고

수면이 무너진 날 더 날카롭고

스트레스 많은 날 더 견디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소리 크기가 갑자기 커진 것도 아닌데,,, 오늘은 유난히 못 견디겠네요."


이건 기분 탓이 아니라,
몸의 염증-회복 톤이 바뀌면서

신경계 민감도가 달라진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감정과 면역 - 왜 몸이 흔들리는 시기에 이명이 같이 심해질까

이명이 귀만의 증상이라면,
왜 어떤 분들은 이런 시기에 유독 심해질까요?

과로가 누적될 때

감기 전후 회복이 느릴 때

수면이 무너졌을 때

감정 소모가 큰 시기(갈등, 긴장, 불안)


이건 면역이 단순히 "약해졌다"기보다,
면역-신경계 조절이 흔들리면서 감각 증상이 증폭되는 패턴으로 보는 쪽이 더 설명하기 좋습니다.


현대의학적으로도 면역계와 신경계는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율신경계 변화'는 '면역 반응 조절'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염증성 신호'는 '뇌의 각성도와 감각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은 "귀의 증상"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회복 시스템 전체의 흔들림을 타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감정과 순환 - 귀 주변 미세순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긴장도’

이명에서 순환을 말하면 많은 분들이
"혈액순환 개선제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으십니다.


맞습니다. 실제 진료에서 그런 접근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명에서 환자가 체감하는 악화 요인을 보면,
단순히 ‘피가 잘 돈다/안 돈다’보다

'자율신경이 조절하는 긴장도'와 '미세순환의 변동성'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불안이 올라가면 교감신경이 우세해지고,
목·어깨·턱이 굳고,
수면이 얕아지고,
몸은 계속 "경계 상태"에 머뭅니다.


그 상태에서 이명은 더 도드라집니다.


특히 이런 양상이 흔합니다.

목어깨 결림이 심한 날 이명이 커진다

이를 악무는 시기에 더 거슬린다

잠 못 잔 다음 날 소리가 더 크다

밤에 조용할 때보다, 사실은 피곤하고 불안한 밤에 더 못 견딘다


이건 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가 '긴장 모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로 이해해야 더 풀립니다.



"그럼 어떻게 신경을 덜 쓰고 살죠?"

이 질문은 회피가 아니라,
오히려 치료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이명에서 중요한 변화는 종종
소리의 즉각적인 소실보다,
그 소리에 대한 '뇌의 위협 해석'과 '몸의 반응'이 낮아지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신경 쓰지 않기'는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대신,

'신경이 덜 붙잡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방향은 가능합니다.



'특효약 없음 = 할 수 있는 게 없음' 은 아닙니다

이명 진료 중 많은 분들이 실망하는 이유는
"완전히 없애는 약"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관리 중심' 설명을 듣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신 가이드라인 흐름을 보면,
현대의학도 이명을 '아무것도 못 하는 증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목표가 종종 '완전 제거(cure)'보다 '괴로움 감소'와 '삶의 질 회복(management)'에 놓여 있습니다.


1) 원인 평가와 위험 신호 감별

먼저 위험한 원인을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일측성, 박동성, 갑작스런 난청, 신경학적 증상 등)


2) 청력 평가, 그리고 필요시 보청기

이명 환자에서 난청이 동반되면, 청각 입력을 보완하는 것 자체가 이명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난청이 있는 경우에는 보청기가 치료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3) CBT(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치료

많은 분들이 "이명인데 왜 심리치료를 하죠?"라고 물으시는데,
이건 '마음의 문제라서'가 아니라 '이명'에 대한 '뇌의 위협 반응과 고통 루프'를 줄이는 치료입니다.


4) 소리치료 / 배경음 활용 / 교육

백색소음, 환경음, sound enrichment, 교육 기반 접근이 많이 활용됩니다. 핵심은 "무조건 소리를 덮는다"가 아니라 이명에 대한 '고정 주의와 대비'를 줄여 뇌가 덜 붙잡히게 하는 것입니다.


5) 약물

현실적으로는 혈액순환개선제, 비타민류, 불안/수면 관련 약물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명 자체를 모든 사람에게 확실히 없애는 약은 제한적입니다.

즉, 약물은 종종 이명 자체보다 '동반되는 불안·불면·어지럼 등의 관리'에 의미를 둡니다.


6) 최신 장치 치료(예: 이중감각신경조절)

최근에는 소리 자극과 혀 전기자극을 결합한 이중감각 신경조절 장치(예: Lenire)가 주목받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장기 효과, 적합한 환자 선택, 비용/접근성, 반응 편차는 여전히 현실적인 변수입니다.



한의학적 관점: ‘몸의 경계 상태’가 위로 드러난 것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이명을 볼 때도, 귀 자체만 보지 않습니다.


기혈의 흐름, 열, 담, 허실, 장기적 소모의 패턴을 함께 봅니다.

간기울결(肝氣鬱結): 감정 정체가 오래되어 예민함, 두통, 목어깨 긴장과 함께 이명이 심해지는 양상

담화상요(痰火上擾): 머리 무거움, 가슴 답답함, 잠이 얕고 생각이 많은 패턴에서 이명이 크게 느껴지는 양상

신허(腎虛): 장기 과로, 수면 부족, 회복 저하 이후 만성 이명·피로가 함께 가는 양상

기혈허(氣血虛): 컨디션 저하에 따라 이명 강도가 흔들리고 쉽게 지치는 양상


이 해석의 장점은,
'소리 자체'만이 아니라 '소리를 증폭시키는 바탕이 되는 몸'의 상태를 함께 다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검사상 이상이 없을 때 - 오히려 더 필요한 접근

이명 환자에게 "큰 병은 아니다"라는 말은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공포를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검사상 큰 이상이 없다는 말 다음에는,
이 말을 붙여줘야 합니다.

"그래도 힘든 건 당연합니다.
이건 소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반응 시스템이 같이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환자는
자기 자신을 덜 비난하고,
막연한 공포 대신 '관리 가능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관리 방법 - ‘신경 쓰지 않기’가 아니라 ‘덜 붙잡히게 만들기’


1. 완전한 무음 피하기
조용할수록 이명이 더 도드라지는 건 흔한 현상입니다. 선풍기, 자연음, 작은 배경음처럼 낮은 수준의 환경음을 활용하면 이명과 주변 소리의 대비를 줄여 고정 주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수면을 치료의 일부로 보기
이명은 밤에 더 힘들고, 수면 부족은 다음 날 감각 과민을 키웁니다. 취침/기상 시간 고정, 늦은 카페인·늦은 화면 자극 줄이기는 단순 생활수칙이 아니라 이명 민감도 조절 전략입니다.


3. 목·어깨·턱 긴장 같이 보기
목어깨 결림, 이 악물기, 턱 긴장은 이명 악화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찜질, 가벼운 스트레칭, 턱 힘 빼기 연습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4. 이명 '크기'만 기록하지 말고, 그날의 몸 상태를 같이 기록하기
수면, 피로도, 감정 사건, 카페인, 음주, 생리주기, 목어깨 긴장을 함께 적어보면 "왜 오늘 유난히 힘든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부터 이명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패턴을 가진 증상이 됩니다.


5. 목표를 분리하기

소리의 완전 소실

괴로움(불안·수면장애·집중저하) 감소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면, 치료는 훨씬 현실적이 됩니다.
소리가 남아 있어도 '괴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치료의 핵심 변화입니다.



이럴 때는 '신경성'으로만 넘기면 안 됩니다.

다음 경우는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한쪽 귀에 새롭게 생긴 이명이 지속될 때

갑작스러운 난청이 함께 나타날 때

맥박에 맞춰 뛰는 박동성 이명

심한 회전성 어지럼/구토 동반

신경학적 증상(안면마비, 편측 이상, 심한 두통 등) 동반



감정과 이명의 관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이명은 귀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이 '왜 이렇게 오래', '왜 이렇게 괴롭게' 느껴지는지를 설명하려면
귀만 봐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감정은 자율신경을 흔들고,
그 변화는 염증·면역·순환의 톤을 바꾸고,
수면과 회복력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뇌는 같은 소리도 '더 크게, 더 위협적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명 치료는
단순히 "소리를 없애는 약"을 찾는 일이라기보다,

위험한 원인을 놓치지 않고 평가하고

청력과 청각 입력을 점검하고

수면과 긴장, 불안을 함께 다루고

소리에 대한 뇌의 반응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일

에 가깝습니다.




글을 마치며

제가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여기까지 오며 가장 많이 들어온 '신경성'이라는 말은

'청각계와 뇌의 주의, 경계 시스템'이 과민해져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신경계가 너무 오래 긴장하고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예민하다'는 뜻도 아니고,

당신의 '의지의 문제'라는 뜻도 아닙니다.


소리를 지우지 못하는 날에도, 몸의 경계를 낮추는 일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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