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염증편
우리는 종종 몸의 염증을 외부 자극이나 세균 감염 탓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만성 염증성 질환의 배경에는
감정의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장이 예민해지고,
위염이나 소화불량이 심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단순한 ‘긴장성 위장 장애’가 아니라,
실제로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혈류가 저하되어 손상되기 쉬운 상태로 변한 결과다.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고,
그로 인해 위산 분비는 증가하고
점막 혈류는 감소한다.
한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위벽을 보호하는 점액 분비는 줄어들고,
점막 세포의 재생 능력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위 점막은 쉽게 헐고,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결국 반복되는 감정 자극은
위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기능성 소화불량에서부터 위염,
심지어 궤양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간기범위(肝氣犯胃)’라고 표현한다.
스트레스로 간의 기운이 울체 되면,
그 기운이 위로 침범하여
위장의 기(氣) 흐름을 막고,
열감을 유발해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장이 더부룩하고 쓰리며,
감정 기복에 따라 식욕이 들쭉날쭉하다면,
단순한 위장병이 아니라
‘감정이 만든 염증’ 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칠정(七情) 내상’이라 하여,
'감정이 지나치면 내장을 상하게 하고,
기와 혈, 진액의 흐름을 교란시켜 병이 된다'라고 본다.
감정은 그 자체로 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오래 머무르고, 막히고, 터지지 못한 감정은
몸의 열기를 자극하고 순환을 막으며,
내부에 ‘불’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노는 간기를 상하게 하고 간화(肝火)를 치솟게 해,
머리가 아프고, 눈이 충혈되거나, 입안이 허는 것처럼
상체의 열감을 유발한다.
이 열은 단순한 열감이 아니라
‘내부 염증 반응’의 한 표현이다.
우울은 기운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기혈이 소통되지 않아
장부에 미열과 통증을 남긴다.
불안과 놀람은 심장을 자극해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이로 인해 장기간 혈류 재분배가 일어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한다.
슬픔은 폐의 기운을 위축시키며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고,
이는 상기도 염증에 취약한 상태를 만든다.
걱정은 소화기계를 정체시켜
위장의 염증성 문제를 유발하고,
과도한 기쁨도 심기(心氣)의 흩어짐으로 인해
열이 되어 염증을 조장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이러한 감정과 염증의 연결을
점점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감정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을 통해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하고,
이는 면역계를 조절하는 동시에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하지만 감정이 만성화되면 이 조절이 무너지면서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 CRP 등)이 증가하게 된다.
감정이 염증이 될 때 - 그 기전 이야기
분노는 흔히 ‘화가 치민다’는 말처럼
실제로 상체로 열이 오르게 만든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간기가 울결 되어 간화(肝火)로 변했다고 표현한다.
이 간화는 두통, 안면홍조, 입안 헐음 같은 상부 증상으로 나타나고,
실제로 이는 내부 염증 반응의 한 양상이다.
현대의학적으로도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급격히 분비시켜 면역계를 자극한다.
처음에는 대처 반응이지만,
분노가 반복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해 심혈관계 염증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고혈압, 혈관 내 염증, 두통, 피부 트러블로 이어지기 쉽다.
우울은 기운의 흐름을 멈추게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기혈이 정체되고 어혈이 생기며,
장부에 미열과 통증을 남긴다고 본다.
기운이 흐르지 않으면 열이 쌓이고,
이 열은 결국 염증이 된다.
현대의학에서는 우울을
‘저등급 전신 염증 상태’와 연결시킨다.
HPA 축이 장기간 활성화되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면역계가 이상반응을 일으켜 미세신경계 염증을 촉진한다.
이는 만성피로, 근육통, 복통, 생리통 등으로 나타난다.
슬픔은 폐의 기운을 약하게 만든다.
기가 약해지면 진액도 마르고,
이는 점막 건조에서 시작하여 염증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래서 장기적인 슬픔과 상실감 이후,
반복되는 감기, 마른기침, 비염,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폐는 진액을 다스리는 장기이기에,
감정에 의한 손상이 가장 먼저 점막과 피부에 나타난다.
과학적으로는 부교감신경 억제와 함께,
면역항체 중 하나인 IgA가 줄어들며 점막 방어력이 떨어지고,
호흡기계 감염 및 염증에 취약해지는 상태가 된다.
불안과 긴장은 조금 다르다.
놀라거나 긴장했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며 장이 꼬이는 느낌이 든다.
한의학적으로는
심과 신의 정기를 동시에 손상시키고,
진액을 소모해 몸에 열이 생긴다고 본다.
불안은 곧 열이 된다.
특히 위장의 열로 이어져 위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
그리고 장내 염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불안이 장기 간 혈류 재분배를 일으키고,
장점막의 투과성을 높여 ‘장누수’ 현상을 만들며,
이로 인해 전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피부로 올라오는 두드러기나 트러블 역시 불안에 의한 결과일 수 있다.
이렇듯 감정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언어가 되지 못한 말’처럼 열이 되고,
염증이 되어 남는다.
분노, 우울, 슬픔, 불안은
모두 다른 모양의 감정이지만,
공통적으로 몸 안의 염증 경로를 자극한다.
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그 병보다 먼저,
내 안에서 감정이 타오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음번에는
'감정이 병이 될 때 (2) - 감정과 면역편'
으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