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면역편
우리는 면역력이 문제라고 할 때,
생활습관이나 연령 같은 조건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몸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가장 깊은 뿌리는 ‘감정’ 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고,
피부 트러블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면역 시스템이 교란된 결과다.
현대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염증을 억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면역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린다.
특히,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의 활동이 억제되고,
사이토카인 분비의 불균형이 초래되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만성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몸은
감염에 쉽게 노출되고,
자가면역 반응이 유발되거나,
암세포를 감시하는 능력도 저하된다.
한의학에서는
감정으로 인해 무너진 면역 상태를
‘정기허약(正氣虛弱)’ 또는 ‘기허(氣虛)’라고 본다.
오랜 감정적 긴장은 비장과 폐의 기운을 손상시켜 면역의 중심축을 약화시킨다.
비는 기혈을 생산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폐는 외부 자극을 막아주는 방어벽 역할을 한다.
이 두 장부가 함께 약해질 경우,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감정이 지나치면 기가 약해지고,
기가 허해지면 방어 기능도 함께 무너지게 된다.
이때 면역은 단순히 세균을 이겨내는 힘이 아니라,
신체가 스스로를 분별하고 보호하는 내적인 균형이다.
감정은 그 균형을 가장 조용히,
그러나 깊이 흔드는 침입자다.
예를 들어,
지나친 걱정은 비장의 기운을 약화시켜
소화 기능과 면역세포 생성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지속된 슬픔은 폐기의 흐름을 막아
코, 목, 기관지 점막 면역을 약하게 만든다.
불안과 놀람은 자율신경계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뇌-신경-면역계를 연결하는 조절 시스템을 흔들어 놓는다.
심지어 과도한 기쁨조차도 심장의 기운을 흩뜨려,
순간적인 활력은 줄 수 있으나 면역 시스템의 중심을 잃게 만든다.
결국, 감정의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력도 함께 무너진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곧,
무너진 면역의 균형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감정이 면역이상이 될 때 - 그 기전의 이야기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쉽게 피로하고, 감기에 잘 걸리고, 입병이 나고, 장이 예민해지고, 피부 트러블이 반복되는 것.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이 단지 면역세포의 수치나 영양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감정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과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면역세포의 수와 기능 자체를 흔든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면역 이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면역이 과도하게 반응해 자가면역이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즉,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면역계의 균형을 좌우하는 중요한 생리적 변수입니다.
걱정(思)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산하고, 대비하며, 머릿속을 돌리게 만든다.
그런데 이 ‘생각’은 기혈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특히 위장 기능을 약화시킨다.
위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라,
몸 전체 면역세포의 70%가 분포한 면역의 중심이다.
즉, ‘생각이 많은 사람은 면역이 약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이들은 잘 체하고, 장이 약하고, 쉽게 감기에 걸리고, 피부 트러블도 잘 생긴다.
억눌린 분노는 자가면역 이상, 면역 과민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분노는 원래 강한 에너지를 외부로 표출시키는 감정이다.
그러나 이를 억누르고 반복적으로 내면화할 경우,
교감신경이 과활성 되고,
면역계는 과도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아토피 피부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서
억눌린 분노의 병력이 흔히 관찰된다.
외부의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듯한 면역 반응은,
표현되지 못한 분노의 생리적 결과일 수 있다.
지속된 슬픔과 우울은 면역력 저하로 반복적인 감염을 보일 수 있다.
림프 순환을 정체시키고,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저하시킨다.
감정이 억눌려 호흡이 얕아지면 폐의 기운이 약해지고,
코, 목, 기관지 점막의 방어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반복적인 상기도 감염과 연결되고,
만성적으로는 비염이나 천식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 슬픔과 우울의 장기화는
부교감신경의 지나친 우세로 이어지며,
체온 저하, 림프 흐름 둔화, 백혈구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그 결과 감기, 인후염, 대상포진 등 바이러스성 감염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되며, 회복이 더뎌진다.
특히 슬픔을 겪은 후 3~6개월 이내에 면역 관련 질환이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
불안과 공포는 면역 불균형과 과민성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불안은 생존을 위한 경계 시스템을 항시 작동시킨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고,
면역세포 간 조율이 무너진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 음식 과민, 피부 두드러기, 기관지 천식 등의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된다.
특히 자율신경 불균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기 쉽다.
감정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을 움직이는 생리 반응 그 자체이다.
우리는 감정의 균형을 되찾을 때에야,
진짜로 나를 지키는 힘도 회복될 수 있다.
다음번에는
'감정이 병이 될 때 (3_1) - 감정과 순환편'
으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