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병이 될 때 (3_1)

감정과 순환편

by 조자연

“왠지 모르게 늘 불안해요.”
“스트레스 좀 받았을 뿐인데...”


하지만 그 기분이,

몸 어딘가의 혈류와 에너지 흐름을 막고 있다면?





몸은 흐른다.


혈액이, 기운이, 진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돌고, 밀고, 빠져나가야 건강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혈순환(氣血循環)이라 부르며,

이 흐름이 막히는 순간 병이 시작된다고 본다.


그런데 그 흐름을 가장 강력하게 막아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보이지 않는 장애물처럼,

몸 안의 길을 막고, 차게 하며, 눌러버린다.


특히 불안과 긴장, 슬픔과 걱정

이 흐름을 가장 자주, 가장 깊게 멈추게 만든다.


불안은 심장을 자극해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손발은 차가워지고 가슴은 뜨거워진다.


긴장은 횡격막과 흉부 근육을 경직시키며 호흡을 얕게 만들고,

이는 폐와 심장의 순환을 직접 방해한다.


걱정은 비장을 억누르고 기를 무겁게 하여

복부와 하체의 흐름을 더디게 하고,


슬픔은 폐의 기운을 가라앉히며

산소교환의 흐름을 약화시킨다.


그 모든 감정은 몸의 특정 부분에 ‘정체된 감각’을 남긴다.


답답함, 꽉 막힘, 저릿함, 한기 같은 것들.




현대의학에서도

감정과 순환 사이의 연결은

자율신경계를 중심으로 해석된다.


스트레스불안, 슬픔 같은 감정은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 심박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혈류 분포의 불균형,

혈액 점도의 상승,

말초 혈액 순환 장애로 이어지며,

결국 심장, 뇌, 위장 같은 주요 장기에 부담을 준다.


감정 스트레스는 또한

혈관 내피기능을 저하시켜,

만성적인 미세순환 장애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걱정긴장은 복부 내 장기들의 혈류 흐름을 억제해,

위장 장애나 골반 울혈, 냉증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순환은 멈추면 병이 된다.

감정은 그 멈춤을 일으키는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이유다.


감정을 흐르게 할 수 있을 때, 몸의 흐름도 다시 살아난다.

막힘없는 몸은 결국, 막힘없는 마음과 함께 온다.




스트레스는 왜 흐름을 막는가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심장은 더 세게 뛴다.


그런데 그 빠른 심장이

온몸을 따뜻하게 데우지 못하는 이유는,

혈관이 함께 수축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우리 몸은 ‘싸우거나 도망치는’ 모드로 들어가면서

말초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로 인해

손발은 차가워지고,

얼굴은 붉어지며,

가슴과 머리는 뜨거워지는

혈류 재분배 현상이 일어난다.


표면적인 혈류는 줄고,

중심 장기로 피가 몰리며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의 순환은 ‘순환’이 아니라 ‘비상 전개’다.


혈압은 오르고,

심박은 불규칙해지며,

말초조직은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든다.


특히

위장관, 생식기, 피부 등은

혈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위장이 뒤틀리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생리주기가 불안정해진다.


두통, 불면,

안면홍조, 어지럼증,

손발이 차거나 저린 증상 같은

다양한 말초 순환 이상이 나타난다.


또한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염증이 진행되면,

고혈압, 동맥경화, 뇌혈류 저하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순환은 단지 혈액의 흐름이 아니라,

감정과 신경계의 안정이 만들어내는 리듬이다.



한의학에서는

감정이 억눌리면 ‘기혈의 흐름’이 막힌다고 본다.


기(氣)는 몸을 움직이는 동력이자 생명 활동의 근본이며,

혈(血)은 그 기운이 순환하는 물질적 기반이다.


감정적 긴장, 억울함, 상실감 같은 정서가 반복되면,

기는 울체되고 혈은 정체된다.


이러한 상태를 ‘기체혈어(氣滯血瘀)’라 부르며,

손발 저림, 근육 당김,

두통, 생리통, 가슴 답답함 등의

순환장애로 나타난다.


특히 기가 흘러야 혈도 흐르므로,

감정으로 인해 기가 막히면

혈까지 흐르지 못해

전신의 생리활동이 저하된다.


감정의 순환이 멈추면, 몸의 순환도 멈춘다.


스트레스는 단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몸 안의 흐름을 비틀어놓고,

기혈이 교차하던 통로를 차단하며,

스스로를 막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막힘은

통증이 되고,

냉증이 되고,

무력감이 된다.


따라서 순환을 돕기 위해서는

감정을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억누르거나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반대로

몸이 다시 흐를 수 있게 만들어야,

감정도 함께 흘러나갈 수 있다.




다음 편은

감정이 병이 될 때 (3_2)

- 감정과 순환편

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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