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번호 3. 똥 할아버지
구급차 하면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경우도 많이 있지만 다양한 출동 속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를 적어보려한다.
자택에서 외래 진료를 위해 이송을 원하신다는 출동 전화를 받았다.
민간구급차는 병원에서 병원으로 위급한 환자의 이송도 많이 있지만, 환자분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반 차를 이용하여 진료를 가기 힘든 경우 안전하게 병원으로 가실 수 있도록 이송하는 출동도 많이 있다.
시골길, 비포장도로 논길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꾸불꾸불 스타렉스 구급차가 들어갔다.
파란 대문의 옛날 2층 주택집으로 우리를 경계하는 진돗개의 짖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구급차예요”
들어가자 40대 남성분과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우리 영감 병원가야 해서 불렀어”
할아버지께서 2층집에 계신다고 하여 가파른 계단을 올라 거실로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시골 할머니 집 느낌이 물씬 나는 집에 들어가자 할아버지께서 담요로 다리를 덮고 거실 의자에 앉아계셨다.
“영감이 무릎이 안 좋아서 바지 입는게 불편하다고 해서 안 입었어”
“아 괜찮아요”
바지를 안 입으셨다고? 팬티는 입고 계시겠지라는 생각에 할아버지께 다가갔다.
할아버지께서는 화들짝 놀라시면서 말씀하셨다.
“여자말고 남자 남자!”
바지 안 입고 계신 게 부끄러우신가보다 싶어 함께 간 구급대원님께 부탁드린다고 하고 몸을 돌렸다.
“할아버지 팬티도 안 입고 계세요?”
할아버지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간 구급대원 말씀에 나는 보이지 않지만 당황했다.
헛기침하시는 할아버지 소리가 들렸다.
“업히세요”
구급대원님께서 말씀하시자 낑낑 거리며 업히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호..혹시 또..똥싸셨어요?”
많이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려졌다.
으악! 할아버지께서 앉으셨던 의자는 이동형 변기의자였고 변을 보시고 닦지 않은 상태에서 구급대원님께 업히면서 엉덩이를 받치기 위해 손이 가자 변이 묻어버린 것이다.
“아이고 우째 영감 말을 해주지 그랬어”
할머니께서는 민망하신 듯 말씀하셨다.
“아...아니예요 일단 구급차 침대에 옮겨드리고 씻을게요”
구급대원님께서 애써 침착하게 말씀하셨다.
2층 가옥집 계단에서 내려와 이동침대에 할아버지를 눕혀드리고 구급대원님께서는 황급히 손을 씻으러 가셨다. 씻고 나오시면서 조용히 말씀하신다.
“옷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요...”
가슴과 배 부분을 보자 그것이 묻어있다.
“아...”
나와 구급대원, 둘 다 아니 아드님까지 셋 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할머니께서 황급히 방안에 뛰어 들어갔다가 나오신다.
“총각 이걸로 좀 닦아봐”
건내 주신 걸레를 받아 구급대원께서 멀뚱멀뚱 서있다. 아마도 바닥 닦을 때 쓰는 걸레인 듯 파란걸레가 까만 물이 잔뜩 있어 그런 듯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트콤다운 이 상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푸픕”
내가 먼저 웃음이 터져나오자 옆에 있던 아드님도 웃기 시작하신다. 그러자 당황하여 얼음처럼 서있던 구급대원도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셋다 웃음소리가 누가 더 큰지 내기라도 하듯 커졌다.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보며 큰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어서 가. 나 또 오줌 마려우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