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꾸는 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적한 면 단위 마을에서 작은집 짓고 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슈퍼도 하나 미장원도 하나 철물점도 하나 호프집도 하나만 있는
그리고 비밀은 없는 그런 작은 동네에서 살고 싶다.
시골인 처가에 가도 주변에 정착을 못 하고 다시 도시로 가는 많은 사람을 봤기 때문에
나중에 전원생활을 한다는 것은 막연한 꿈인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건이 되면 나도 한 번은 그렇게 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떠오른 햇빛 베개 삼아 빈둥빈둥 방안에서 뒹굴다가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려 햇볕 내리쬐는 창가에 기대어 상념에 잠겨보고도 싶고
빵빵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가락 들어보고 싶고
느긋하고 건강한 밥상 손수 차려 호텔 조식처럼 아침도 먹어보고 싶고
따뜻한 4월이면 담에 활짝 핀 벚꽃이며 사과꽃이며 앵두꽃에 파묻혀
내가 담근 술 한 동이 내와 친구들 불러 밤새 원두막에 앉아 떨어지는 꽃잎 안주로 삼아 놀고도 싶다.
집은
항아리 30개가 적어 보일 정도로 마당이 넓어야 하고
담벼락은 꼬맹이가 까치발 뛰면 밖이 보여야 하고
툇마루는 넓고 땅에서 20cm가 넘지 말아야 하고
방하고 마루는 통유리로 되어있어 햇빛이 늘 가득해야 하고
방안은 원룸으로 시원하게 넓어야 하고 화장실과 침실은 최소한의 공간으로 창호지로 바른 문으로 은은한 공간이어야 하고
넓은 공간엔 구수한 된장찌개가 식지 않게 작은 화롯대도 하나 놓여 있어야 하고
벽엔 읽고 싶은 책하고 음악 CD가 가득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몸이 건강해서 동네일도 척척 잘해줘야 하고
이웃들과 늘 웃음으로 맞이해 줄 수 있는 야유가 있어야 하겠지
가능할까?
지금은 다 없고 높은하늘아래 걸아다니는 운동화 한짝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