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옥임 Jul 10. 2022

선생님 덕분에

"선생님,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선생님 덕분에 저도 우리 아이들도 많이 좋아졌고 마음도 편안해졌어요."


1학년 철이(가명)의 마음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아이의 넘치는 행동에서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 견딜 수 없어 행동으로 표출이 되고 해결이 안되다보니 과격해지고 밖으로 나도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픈 아이였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예 모르는 아이였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각이 있는 아이이고 판단력이 좋은 아이인데 본인이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첫날 만났던 철이는 2교시 수학시간을 앞두고 1교시 쉬는 시간이 되자 앞에 나와서

"선생님, 수학 힘들어요."했었다.

"그렇구나. 왜 수학이 힘들어?"

"어려워요."

"그런데 왜 수학이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몰라요."

"그래, 쉬는 시간이니까 지금은 화장실 다녀오고 2교시에 선생님과 함께 한번 해보자."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는 철이가 냅다 뛰어간다 싶더니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는 모습이 조금 과하다 싶었다. 시작종이 울리자 다른 친구들은 자리에 앉아서 수학책을 펴놓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철이는 제자리에 들어가지 않고 뒷문에 뻘쭘히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갑자기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앞문으로 자리를 옮겨서 세게 여닫는다. 뿐만 아니라 앞뒤로 뛰어다니며 불을 꺼대자 앉아있던  몇 아이가 일어나서 뒤따라 다니며 껐던 불을 다시 켠다.  

"켜지마!"하고 소리를 지르는 철이와 친구들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자기 세계에 빠져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던 아이가 

"불 끄지마. 무서워!"라며 큰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한다. 


불시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들이다. 가까스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이번에는 철수가 복도에 나가 신발장을 딛고 올라서서 창문을 열고 마구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본 아이들이 

"소리지르지 마!"하더니 앉아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한다. 복도에 나가서 보니 신발주머니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일부는 신발주머니를 주워넣고 일부는 철이를 붙잡는다며 3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아이들을 진정시켜놓고 보니 철이와 여학생 지혜(가명) 자리가 비어있다. 이 두 아이는 어디 갔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야무진 여자 아이 하나가 나서서

"선생님, 철이와 지혜는 3층으로 도망갔는데 항상 수업시간에 안 들어와요."라는 말을 듣고 교감의 말이 생각났다.

"선생님, 철이와 지혜가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않으면 교무실로 전화주세요. 저희가 찾아볼게요."

교무실에 전화를 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철이와 지혜가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하자 알았다며 찾아보겠단다.

 

2교시에 나가서 4교시가 끝나도록 들어오지 않는 철이와 지혜가 많이 염려되었지만 나머지 23명의 아이들을 점심부터 먹여놓고 교무실에 가서 알아봐야겠다 생각하고 인솔해서 급식소로 내려갔다. 식사 후 올라오는 길에 잠시 교무실에 들르자 교감이 점심도 먹지 못하고 지혜를 데리고 있다고 한다. 철이 어머니에게는 전화를 드려서 철이를 데리고 가셨는데 지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실무사와 함께 매일 이 두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것이 오전의 일이라고 한다. 컴퓨터 앞에서 일을 보고 있던 실무사가

"교감 선생님이 바쁘신데 이렇게 두 아이들 때문에 매일 허둥지둥 정신없어 하세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방치해 둔다며 오히려 항의하고 계시니 답답하기만 해요"라는 말을 통해서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전 담임과의 통화에서 철이의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철이 앞에 앉아있는 민이(가명)와 쌍둥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표정이 어두운 민이가 아무런 대항없이 쌍둥이 동생인 철이에게 무섭게 맞고만 있는 모습에서 자신의 감정을 과격하게 표현하고 있는 철이와 자신의 속내를 전혀 표현하지 않는 무표정의 민이가 정반대의 모습이라는 것을 첫날 발견했었다.


3월 입학 후 철이 어머니께서 두 아이에 대해 말씀하신대로 철이는 자존감이 무척 낮고 매사 학습활동에도 소극적이었으며 누나인 민이는 늘 동생에게 양보하고 엄마를 도와야 했던 아이로 교실에서도 철이의 거친 행동에 전혀 대항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5월 상순 다른 반 친구와의 학교폭력사건으로 철이가 가해자가 된 이후 성격이 돌변했는데 외할아버지께서도 철이가 가해자로 처리가 된 뒤 많이 달라졌다며 청와대 신문고에 올려서라도 처리 과정을 반드시 밝히겠다며 추진 중이라고 했다.


며칠 뒤 함께 어울려서 밖으로 나돌던 지혜는 철이 때문에 힘들어서 학교에 못 다니겠다며 소인수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교육청 교육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철이 외할아버지는 교육장이 학교 상황을 알아보고 결정하는대로 따르기로 했다며 상담 관련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학교에 방문을 했다. 협의를 통해서 철이와 민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주말 부부라는 철이 아빠와 엄마, 외할아버지가 함께 참여해서 아이들을 위한 면담을 추진하기로 결정을 하고 올라왔었다.


면담일인 월요일 10시, 우리반에 보결수업을 내고 현담임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감의 말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육청 상담 관련자들과 학교 관리자들, 순회 상담교사, 전 담임 등 관련된 분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한 결과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결정이 되어서 나를 부르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

철이 외할아버지께서 오해하고 잘못 생각했다며 학교를 믿고 따르기로 정식 사과했다는 것과 주말에만 오는 아빠도 엄마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동안 무심했다며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 양육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니 우리 아이들의 멋지게 달라질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민이 엄마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부탁한 내용은 무엇보다 엄마의 손이 가지 않아도 잘 하는 민이이니 나중에 민이 생각하며 마음 아프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민이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한번 더 손잡아주고 껴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길 부탁한다고 하자 명심하겠다고 한다.  


쌍둥이 철이, 민이 엄마와 주고받은 문자, 그리고 그동안 학습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철이의 달라진 모습을 올려본다.


2022년 6월 23일 목요일

[이옥임] [오후 2:21] 철이 오늘도 열심히 잘 했습니다. 누구보다 멋지게 잘 할 수 있는 아이이니 격려와 칭찬 바랍니다^^

[이옥임] [오후 2:21] 사진 5장

[철이민이] [오후 2:24] 와.. 얼마만에 만들기를 해서 가져온건지 모르겠어요~ 받아보고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옥임] [오후 4:04] 네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어머니도 힘내시고 우리 철이에게 멋지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자구요. 칭찬해주시고 친구들을 도와주는 멋진 철이가 되자고 격려해주세요. 잘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이옥임] [오후 2:02] 사진 2장

[이옥임] [오후 2:02] 철이 어머니, 오늘도 울 철이 열심히 했고 월요일부터는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많이 칭찬해주시고 어머니와 약속도 해주세요. 아침활동도 너무나 잘 했습니다. 알림장도 쓰구요^^

[철이민이] [오후 2:22]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림도 아주 잘 그렸네요^^ 한 주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선생님~

[이옥임] [오후 2:26] 제일 잘 그렸습니다. 능력이 많은 아이예요. 철이 어머니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22년 6월 28일 화요일

[이옥임] [오후 2:44] 철이 어머니, 어제 오늘 철이의 활동 결과입니다. 수업 중에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있으며 교과 활동에도 조금씩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철이가 많이 노력하고 있으며 친구들들도 많이 배려하는 모습이니 칭찬해주시고 격려 부탁드립니다. 머지않아 철이의 멋진 모습으로 즐거운 학교생활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옥임] [오후 2:45] 사진 4장

[철이민이] [오후 4:46] ㅎㅎ 오늘도 멋지게 잘 해냈네요^^ 오늘 집에 뿌듯하게 하교 하더라구요~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7월 4일 월요일

[이옥임] [오후 2:19] 철이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철이가 주말에 아빠와 함께 지냈다는 그림을 그렸는데 너무나 잘 그렸어요. 모든 면에서 너무나 출중한 아이이니 이 아이의 가능성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어머니께서도 조금만 더 힘내시고 우리 철이 힘내도록 칭찬과 격려 부탁드릴게요^^

[이옥임] [오후 2:19] 사진

[철이민이] [오후 2:40] 학교생활을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게임기를 사주셨는데 주말 동안 아빠랑 게임하고 놀더니 그게 기억에 가장 남았나 봐요^^; 저는 덕분에 많이 회복하였습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도 철이 많이 칭찬해주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선생님께서도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식사 든든히 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옥임] [오후 6:00] 이모티콘     


2022년 7월 8일 금요일

[이옥임] [오후 3:48] 시간 되실 때 전화주시겠어요?

[이옥임] [오후 4:59] 철이 어머니, 철이 물병이 서로 나가려다가 밀쳐져서 깨진 거 같아요. 물병을 가방 속에 넣기로 했는데 넣을 데가 없어서 들고 있었다고 해요. 엄마한테 전화드릴 테니 염려말라고 했구요. 철이가 아직은 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태도는 많이 좋아졌어요. 늘 입에 달고 살았던 "어려워요, 힘들어요" 라는 말은 요즘에 하지 않고 있으며 표정도, 생각도 많이 바뀌어서 부정적이거나 자신의 말만 앞세우지 않아요. 정서적으로 많이 편안해 보이고 그동안 포기하고 안하려고만 했던 태도와 생각이 변화되어서 스스로 문턱까지 왔으니 그 문턱을 넘어설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합니다. 문턱만 넘어서면 마음껏 내달릴 수 있는 아이이니 부디 어머니께서도 힘내시고 우리 철이 조금만 더 힘낼 수 있도록 격려와 칭찬 부탁드릴게요. 이번 주 철이 활동 모습 보내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구요^^ 

[이옥임] [오후 5:00] 사진 4장

[이옥임] [오후 5:01] 그림의 색감이 좋아요. 어떤 그림인지 눈 맞추고 이야기도 나누어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