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폭염 때문에 어르신의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지요. 하지만 어르신은 외출하지 못하는 날을오히려 행복해하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외출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거든요.
윗옷과 스커트를 입어야 하고양말도 신고 마스크도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장갑도 챙겨야 하고요.걷는 것이 자유스럽지 못하는 어르신은 유모차를 의지합니다. 연약한 다리에 힘을 주고 잔뜩 긴장한 채 유모차를 밀다 보니 어르신은 어깨와 손바닥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두툼한 장갑은 필수입니다.
오늘도 어르신은 여러 가지 나갈 수 없는 핑곗거리를 찾았지만 결국 외출을 하기로 합니다.
초록 정원에 들어서니 어르신의 꽃무늬 블라우스가 화사합니다. 어르신의 볼을 어루만지듯 가을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옵니다.초가을 매미의 합창이 어르신의 발걸음에 장단을 맞춥니다. 오랜 기간 동안 외출을 못했지만 어르신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잘 가꾸어진 아파트 정원의 꽃들과 눈빛 교환도 하시고 잠시 쉬어가는 곳에선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아이들의 재잘 거림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마침 소풍 나온 놀이방 아기들이 줄을 지어 마주 옵니다. 아기들은 아기새들처럼 입을 모아 인사합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어르신도 반갑게 인사합니다.
"아가들도 안녕!"
놀라운 변화입니다.
어르신은 누구를 만나든 외면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거든요.심지어 눈을 흘기며 보기 싫으니 어서 가자고 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