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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on Koo Dec 02. 2022

갤러리와 작가는 지조가 필요할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불편한 진실

갤러리와 작가의 파트너십에 ‘지조’는 필요할까?


갤러리를 운영하며 한 달에 한 번씩은 겪어 온 일이다. 전시를 앞둔 작가님의 전시 홍보를 SNS에서 시작하는 순간 타 갤러리들의 작가를 향한 입질(?)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설마 했다. 국내외에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가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우리 작가님에게 연락이 오지? 한편으로는 작가를 발굴하고 섭외하는 내 안목이 인정받는 것이라 스스로 위안 삼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갤러리의 아이덴티티와 방향성이 모호해서 작가 섭외에 어려움을 느끼고 다른 곳에서 몇 차례 전시를 한 작가를 검증됐다고 여기고 연락을 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는 걸 봐왔다.


갤러리와 작가는 서로를 응원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어떤 관계를 정립해나가야 할까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자부한다.


흔히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를 ‘결혼’에 비유한다. 그만큼 독점적인 관계라는 뜻이다. 물론 한 평생을 약속하는 결혼보다는 단기적 관계인 경우가 많지만, 최소한 함께 개인전을 준비하며 아트페어를 참여하기로 약속을 했다면 그다음 개인전까지는 독점적인 관계를 지키는 것이 상도이다.


영국의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White Cube 갤러리의 디렉터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전속 계약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냐는 나의 질문에 영국 디렉터는 “우리는 계약서를 쓰지 않아. White Cube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것은 곧 White Cube의 작가라는 뜻이지.”라고 대답했다. 나는 지금 GOP에서 전시를 함께하는 작가님들 또한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하기를 원한다.


꽤 자주 이러한 질문을 하는 작가들이 있다. “개인전은 GOP에서 하고 다음 달에 타 갤러리에서 2인전이나 그룹전은 참여해도 되나요?”


상업 갤러리는 (비영리 공간과 미술관의 경우는 다르다) 작가의 세일즈 파트너이고 소속사이기도 하다. 누군가 음악을 하며 콘서트는 JYP 소속으로 하고 다음 달 행사는 SM과 해도 괜찮은지 묻지 않는다. 소속사는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옮겨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갤러리의 입장에서는 작가와 개인전을 기획하고 이후 아트페어를 함께 나갈 준비를 할 때, 앞으로의 1-2년 스케줄을 내다보며 깊이 고민하고 많은 계획을 세운다.


작가는 자신의 파트너로 적합한 갤러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흔히 갤러리가 작가를 섭외하여 파트너십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작가 또한 갤러리를 선택하는 입장이다.


갤러리에 소속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탐구해 보고, 갤러리의 기획전을 여러 번 가보고, 어떤 아트페어에 참여하는지, 어떤 홍보 방식으로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지, 세일즈 외에 출판이나 아티스트 토크 등 대중이 작가를 만나고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지 등등 눈여겨볼 것은 참 많다.


또한 작가는 각 대륙별로 하나의 파트너 갤러리와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Hernan Bas라는 작가는 미국에서는 Lehmann Maupin 갤러리와, 프랑스에서는 PERROTIN 갤러리와, 영국에서는 Victoria Miro 갤러리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활동한다. 물론 미국처럼 동부와 서부가 지역이 먼 경우에는 뉴욕의 갤러리 한 곳과 LA의 갤러리 한 곳으로 나누어 소속이 되기도 한다. 틀에 박힌 룰이 있는 건 아니고 함께 일하는 갤러리와 상의해서 일하는 범위를 정하면 된다.


작가의 입장에서 함께 일하는 갤러리가 있을 경우 어떤 스타일과 방향성을 지닌 갤러리냐에 따라 작가 또한 브랜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많은 갤러리와 일하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미술에 대한 개념이 닮아 있고, 미술계 안에서 함께 새로운 미학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으며, 세일즈 파트너인 만큼 컬렉터들과의 소통과 마케팅에 대한 전문성을 지녔는지가 중요하다.


아트 디렉터로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출판물을 제작하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지원하고 참여하며, 컬렉터들과 끈끈한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는 여러 업무보다 큰 고뇌를 가져다준 것은 늘 작가님들과의 관계였다.


부디 서로 믿고 신뢰하며, 커리어에 대해 그리고 작업세계의 방향성에 대해 소통하며, 서로 ‘지조’를 지킬 수 있는 파트너십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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