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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대천해수욕장 스벅에 간다

오늘 아침 스타벅스 대천해수욕장점에서 아내와 나눈 이야기들

by 편성준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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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아내와 스타벅스 대천해수욕장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커피숍에선 외부 음식을 못 먹게 하니까) 가면서 산 '햇살머그믄꼬마김밥'을 차 안에서 꾸역꾸역 먹었는데 그것도 재밌고 즐거웠다. 내가 달릴 땐 아내가 먹고 자동차가 신호대기에 걸릴 때마다 나에게도 얼른 먹으라고 김밥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스타벅스엔 이미 부지런한 대천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2층에 겨우 자리를 잡은 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나는 사놓고 안 읽었던 김금희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었고 아내는 다음 주 '독하다 토요일'에서 얘기할 황모과의  『밤의 얼굴들』을 펼쳤다. 책을 읽다가 며칠 전 보령에서 의뢰받은 인문학 강연 아이디어를 좀 달라고 했더니 아내가 꽤 통찰력 있는 컨셉을 던져주길래 얼른 냅킨에 메모를 했다. 아내는 "평소엔 노트 잘 들고 다니더니 오늘은 진짜 아무것도 안 가져왔네?" 하며 혀를 끌끌 찼다. 나는 냅킨이 넘치자 아내의 수첩을 빌려 마저 메모를 하고 그걸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한참 건전하게 일 얘기를 나누다가 옆으로 새서 우리가 아는 사람 중 '똑똑하긴 한데 잘난 척이 심해 의외로 적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인 커플에 대해 얘기했다. 아내는 둘 다 부자 출신이고 자기애가 강해서 그렇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타고난  성격이라 바뀌기는 힘들 거다......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대개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더 유명해지거나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나는 글을 더 열심히 써야 하고 아내는 훌륭한 기획자가 되어야......


뭐야, 우리 또 이런 얘기를 하고 있잖아. 한심해. 뭐 글이나 기획 말고 다른 잘하는 건 없을까 속으로 투덜댔지만 딱히 좋은 수가 없다는 건 둘 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튼 우리도 참 한심한 사람들이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와서 앉은 남자 목소리가 지나치게 탁하고 신경질적이길래 밖으로 나와 '광장칼국수'로 갔다. 칼국수 맛은 평범한데 비해 바다가 보이는 전망은 지나치게 좋았다. 밖으로 나와 바닷가를 걸으며 음식에 더 신경을 쓰고 반찬도 직접 만들면 대박이 날 거라는 얘기를 하다가 갈매기들을 보았다. 아내가 "재들은 발 안 시릴까?"라고 혼잣말을 하길래 내가 "시리겠지."라고 의미 없는 대답을 했다. 아내가 오늘 장날이라고 하길래 대천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시장으로 가서 장을 봤다. 시금치와 두부, 시래기 등을 사고 옛날통닭 파는 청년에게 풀빵을 삼천 원어치 사서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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