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전, 나쁜 사전

'좇다'와 '쫓다'의 용례를 찾다가 떠올린 어린 시절의 추억

아이는 낳는 것이고

병은 낫는 겁니다

가르침은 좇아야 하고

범인은 쫓아야 하구요

아내가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를 읽다가 265페이지 나치당의 팜플릿에서 따온 구절 "천박하고 즐거움만 좇고..."라는 대목에 표시를 한 뒤 '쫓고'의 오기가 아닌가 의심하는 메모를 해 놓은 걸 보고 오늘 아침에 사전을 찾아보았다. 보리국어바로쓰기사전에서는 '좇다'가 뒤를 밟아 따르는 것을 뜻하는 것 말고도 관례나 규칙을 따르거나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도 있다고 잘 설명해 놓았으나 아래 박스 단락에서는 '좇다'와 '쫓다'가 의미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사실은 자기도 헷갈린다고 고백하고 있다.

혹시나 하고 동아새국어사전을 펼쳐 '좇다'를 찾아보니 거기도 남의 뒤를 따르거나 대세에 따를 때 쓰는 말이라는 게  잘 나와 있으나 그보다는 그 위의 남자 생식기에 대한 적나라한 용례가 너무 눈에 띄어 쓴웃음이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과 사전 찾는 법에 대한 얘기를 떠들다가 어른의 성기 이름이 나오면 좋은 사전, 안 나오면 나쁜 사전이라고 정의를 내리던  귀여운 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