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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2. 2021

지네남의 슬픈 전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대한 단상

작년에 인터넷에 글쓰기 칼럼을 연재하면서 만났던 대학 후배는 제가 맞춤법 얘기를 꺼내자 선봤던 남자 얘기를 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편지에 꼭 '잘 지네셨어요?'라는 문장을 써서 지네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그 남자는 다른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특히 맞춤법이 엉망인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와 그녀를 경악케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맞춤법이 엉망이었기에 그랬냐는 저의 질문에 몇 가지 예를 들어주었는데 '안 바쁘고'를 '않바쁘고'라고 쓰는 것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더군요. 아무리 돈이 많고 괜찮은 남자라도 '괜찮으시면'을 '괜찬으시면'이라고 쓰거나 '돈이 많으시다잖아요'를 '돈이 많으시다잔아요'라고 줄기차게 써대는 인물이라면 정 붙이기가 쉽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계속 만나고 있냐는 저의 질문에 "그럴 리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맞춤법을 어긴다고 누가 잡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 틀리면 사람이 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출판기획자인 제 아내는 예비 저자들이 보내온 원고 중에 맞춤법 틀린 경우가 정말 많은데, 문제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리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심보라며 혀를 찹니다. 사실은 저도 맥도날드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오직 천 원'이라는 카피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영어 'Only'를 '겨우'가 아닌 '오직'으로 번역한 카피라이터(또는 광고주)의 무신경 때문이죠. TV를 보면 좋은 일에도 '장본인'이라는 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더군요. 장본인은 뭔가 부정적인 일에 관여된 사람을 가리킬 때만 써야 하는데 말이죠. 사람의 이를 이빨이라고 하거나(이빨은 동물에게만 써야 하는 단어입니다) 얇은 허벅지라는 말(얇은이 아니라 가는이라고 써야 합니다. 가늘은이라고 써도 안 됩니다)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은 정확한 표현이 먼저입니다. 연애편지가 아니라 비즈니스 메일을 보내더라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엉망이라면 점수를 깎이고 들어가는 건 뻔한 일입니다. 오늘 새벽에 뭔가를 쓰다가 띄어쓰기를 검색해 보니 '큰코다친다'라는 표현을 쓸 땐 문장 전체를 붙여 쓰더군요. 혹시 '모르는 것투성이다'라고 할 때 것과 투성이다를 붙여 쓴다는 건 아세요? 사실 이런 것까지 다 아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네이버사전에 너무 의지하지는 마십시오. 틀린 사항이 너무 많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나오는 표준국어대사전이 가장 옳습니다. 요즘은 브런치에 있는 맞춤법 검사 기능도 편리하더군요. 저도 지네남이 되지 않으려면 표준국어대사전을 더 자주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하는 토요일 아침입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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