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짝이는 우리에게


밤이 되면 늘 꿈을 꾸고는 했다. 나는 혹시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과 다른 일상을 살 수 있을까. 밤마다 조그만 소망들을 적어가며 늘 막연한 기대를 안고 살았다. 하지만 삶이 변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 늙어갈 뿐이었다. 같이 꾸던 꿈, 짜증으로만 남긴 채. 모두 늙어가고, 늙어가며 짜증만 더 늘어가고.


어릴 적 꿈꾸던 밤은 잠 못 드는 새벽으로 흘러, 어느새 돌아보니 나는 조금 고달픈 어른이 되어있었다. 코앞의 미래를 생각하면 종일 피곤할 오늘 하루가 걱정이고, 등 뒤의 과거를 생각하면 그물처럼 들러붙어 따라다니는 무거운 기억이 숨 막히는, 고된 새벽을 보내게 된 어른.


늘 그 어두운 시간을 지배하는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 초조하고 걱정되는 마음. 서러운 마음, 화나는 마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온종일 메마른 감정과 감성이 다시 이슬을 머금듯 살아나는 시간도 새벽이라, 버릴 수 없는 특별한 시간임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 시간을 잘 보낼법한 나름의 방법도 터득했다.


새벽에 홀로 깨어있을 때 항상 따듯한 차 한 잔을 곁에 둔다. 거기에 예쁘고 동글동글한 초콜릿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조도가 낮고, 조용하고, 약간의 서늘한 온도까지 갖춰지면 나름 나만의 케렌시아가 완성된다.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서운한 마음이 드는 날에는 온기 가득한 차 한잔을 들고 창밖을 본다. 작은 나의 공간에 노랗고 작은 불빛을 밝히고, 세상에 소리 없는 마음의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바라보기만 할 때보다 조금 더 낫다.


반짝이는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동이 터오기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야 하나, 둘씩 꺼져가는 불빛들. 하나, 둘씩 조용해지는 사람들. 이미 지난 하루가 어쨌든 간에, 다시 새로 밝아올 하루를 살 준비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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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 수없이 반짝이는 불빛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낫다. 나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고, 나도 이 아름다운 빛의 물결 속에 있다고. 그런 마음의 위안을 얻고, 나도 다시 오늘을 살 준비를 한다. 오늘 하루를 또 무사히 살아내고, 하루 끝 이 자리에서 다시 작은 불빛이 되도록.






안녕하세요. 당신 창밖에 반짝이는 수많은 작은 노랑 불빛 중 하나가 저예요, 안녕하세요.


길 건너, 강 건너 멀리 보이는 당신은 반짝반짝하네요. 나도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불빛일까요. 어릴 적에는 내가 찬란한 세상의 중심에 서있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이 반짝반짝한 불빛의 일부라는 것도 자꾸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반짝일 우리. 하루 끝에 늘 이렇게라도 인사하며 지내요.


안녕하세요.


세상 어디에 있어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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