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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Sep 16. 2021

단 하나의, 사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유명한 영화였다. 개봉 당시, 지금은 잘 찾아볼 수 없는 여러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운운하며 꽤 회자가 되었던 영화다. 사랑에 관한 널린 클리셰이겠거니 하여 보지 않았고 몇 년이 지나 DVD로 이 영화를 접했다. 사랑이 뭘까, 궁금해지던 때였다.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저런 사랑이 있을 수 있구나, 하나의 단어로 규정 지을 수 없는 감정의 결이 인간에겐 너무 많구나, 그런 생각만 어렴풋이 했었고 이 또한 표면적인 감상에 불과했다는 건 훗날 책을 보고 다시 영화를 보면서 실감을 했다. 


  나이를 먹는 건 계단을 한 칸 씩 올라가는 것과 같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데 밑에선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좁은 시야에선 볼 수 없었던 맥락들이 확인된다. 그 중 ‘사랑’은 살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수렴한다. 이 책 속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 존슨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영혼의 결합이라 할 만큼 짧은 시간의 강렬한 만남이었지만 보편의 도덕과 일상을 지키는 대가로 이후의 삶은 그리움으로만 점철된다. 아픔이 매순간 마음을 휘저어도 떨칠 수 없는 상태로 그저 사는 것이다. 이들은 죽어서 같은 자리에 뿌려진다. 죽어서라도 함께 있고 싶은 바람이 유언으로 남겨진 것. 끝이 아닌 채로 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새 나는 그런 감정을 아는 나이가 되어 있다.     


2018. 3. 26



* 써두었던 글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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