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적/정성적 조사로 발견하는 문화적 맥락
월사단 글이 하루 밀렸는데요, 지난주 도쿄 출장으로 글 쓸 여력이 없었어요.
입사 전에 도쿄를 다녀왔는데, 입사 후에 다시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목적은 일본 시부야에 위치한 일본 지사에 방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사용자 인터뷰 및 UT를 진행했어요.
사실 많은 걸 관찰하고 알게 되었지만, 업무적인 인사이트 이야기보다 뜬금없지만 오늘은 일본 여행 가면 꼭 사오는 킷캣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딸기맛 킷캣을 단연 좋아하는데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보다 다양한 맛으로 일본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킷캣은 사실 영국 네슬레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영국에서는 "잠깐 쉬세요, 킷캣과 함께(Have a break, Have a KitKat)"라는 의미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이 캐치 프레이즈는 전 세계를 타깃 했었는데, 일본은 실적이 부진했었다고 합니다. 일본 엄마들이 너무 달아서 싫다는 반응이었데요.
그러던 중 2001년에 특이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후쿠오카가 있는 규슈의 남쪽 지방에서 12월부터 다음 해의 2월까지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상을 발견했어요. (정량적인 지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킷캣의 "잠깐 쉬세요" 개념은 어떤 게 연상되는지 물어봤어요.
당시만 해도 직접 문제가 뭔지 물어보는 게 당연했던 업계에서 민족지학 개념으로 소비자의 생각과 의미를 물어봤어요. (지금의 UX Research 방법론)
일본 청소년들이 고른 이미지는 '음악을 듣는',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잠을 자는' 사진이었습니다. 여기서 해석해 보니 "잠깐 쉬세요"는 초콜릿을 먹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먼 의미였었죠.
킷캣(キットカット-킷또캇또)이 규슈 지방의 방언으로 'きっと勝つ(킷토캇츠)'의 발음과 유사한 의미로 들려서 입시철이면 그렇게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네슬레의 마케팅 담당자는 위 내용을 조합해서 "반드시 벚꽃이 필 거야!"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일본은 새 학기가 4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벚꽃이 핀다는 맥락이 내포되어 있었죠.
이러한 흐름으로 일본에서 입시철이 되면, 오마모리(절에서 판매하는 부적)처럼 응원하는 의미를 담아 선물하고 사용하는 모습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어요.
소비자의 말을 넘겨짚거나 짐작해서는 안된다. 현지 소비자의 말을 귀담아듣는 게 중요하다
는 담당자의 말처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통용될 수 없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능 시즌에는 '엿'이나 '휴지' 등을 선물하는데요, 붙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엿'이나 잘 풀어라는 의미의 '휴지'도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봤을 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이번 일본 출장에서도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일본 사용자의 행태를 꽤나 많이 발견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었는데요, 글로벌로 만드는 서비스라면 꼭 해당 국가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행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라고 생각 드는 글이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월사단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아직도 비가 끝나지 않는다는 게 올해는 지독한 장마인데요,
다들 비 피해 없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질리언 테트, 알고 있다는 착각,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