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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간장이 녹는다, '애'는 무슨 뜻일까

내 몸을 살리는 말 글 공부_03

by 박성동

'애'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주로 애간장이 마른다(녹는다), 애타는 마음, 애끊는 심정, 애 쓴다와 같은 용법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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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조한 마음속 : 애가 탄다 / 애간장이 녹는다 / 애간장이 마른다

2> 몹시 수고로움 : 애 먹는다, 애 쓴다


애의 또다른 뜻은 '간, 쓸개, 창자를 뜻하는 옛말'이기도 합니다. '애간장'이라는 단어에서 애가 간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일상에 쓰는 단어로는 ‘홍어애’ 정도가 남아 있군요. 홍어애는 홍어의 간을 말하는데요 냄새가 강해서 홍어 먹기의 상급자 코스에 해당하죠. 홍어애를 먹을 때는 씹을 필요 없이 혓바닥에 올려놓고 입천장으로 지긋이 누르면 사르르 녹듯이 부서지면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부드러운 장기이니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도 생겨난 것이겠군요. 명태의 간도 애라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가 '곤이(鯤鮞)'라고 부르는 내장은 사실 '이리'라고 하는 명태의 정소입니다. 곤이는 알탕을 끓일 때 들어가는 명태의 알집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애는 용례에 따라 간을 뜻하기도 하고 창자를 뜻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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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애(좌) / 명태 이리(중) / 명태 곤이(우)

애간장이 녹는다, 애간장을 녹인다, 애가 마른다, 애가 탄다는 말은 간이 문드러지거나 새카맣게 타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지나친 근심, 초조함 또는 연모하는 마음에 부드러운 간이 녹아 내리거나 탄다는 것입니다. 간은 본래 걱정, 근심, 초조함에 손상을 받기 쉽고 간열이 발생하기 쉬운 장기거든요. 아름다운 이성을 연모하여 간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기도 할 것이며,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애가 마르기도 할테지요. 아이유와 울랄라세션이 함께 부른 '애타는 마음'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심장이 쿵쾅대고 간장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연모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의학에서 걱정, 근심은 기를 막히게 하며(憂則氣鬱), 기가 소통되지 못하면 간이 상한다고 했습니다. 또 걱정이나 분노가 지나치면 간화(肝火)가 발생하는데, 간화로 인해서 눈이 충혈되고 혈압이 오르고 입술이 마르는 등 화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한의학 이론으로 해석하면 왜 간이 타고 마르고 문드러지는지 설명이 됩니다.


'애끊다'는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거나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표현할 때 쓰는 말입니다. 앞서 살펴본 애가 타는 상황이 걱정의 단계라고 한다면, 애가 끊어지는 상황이란 걱정이 현실로 닥쳤다는 것입니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태풍을 만나 실종되었다거나 참사의 현장에 있던 가족이 수색 끝에 시신으로 발견되는 상황에서는 기어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 밀어닥치게 되지요.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님을 눈앞에서 어찌하지 못한 여인을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노래에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으로 묘사하기도 했지요. 단장(斷腸)이라는 한자가 바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이거든요. 한의학에서 지나친 슬픔은 기를 소모시켜(悲則氣消) 폐와 창자를 상하게 한다고 보았으니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몸 속 장기는 감정과 기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분 나쁠 때 먹으면 꼭 체하는 사람이 있고, 신경이 예민해지면 대장이 과민해져서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과 머리에 열이 나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요. 체질에 따라 취약한 부위에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건강을 위해서는 감정과 기분을 잘 조절하고 해소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히 걱정, 근심이 많을 때는 간을 다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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