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복수에 관한 소설
여기까지 봤을 때는 남편 쪽은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괜히 부부가 일심동체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뿔테의 여인이 ‘여보 이거 무거운데 좀 옮겨 줘’라고 말하자, 그는 테이블을 끼익~소리를 내며 거칠게 옆으로 밀어젖힌 다음, 쿵쾅쿵쾅거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더니, 다시 쿠당탕 하며 문제의 물건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랫집을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살살 놓아야겠다는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살림을 부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긴 듯한, 힘을 과시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지예는 한 사람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했던 걸음소리가 사실은 두 사람에게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둘은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중년 부부인 것으로 보였다. 나이는 50대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도 발걸음 소리가 복붙한 것처럼 똑같아질 수 있는 건가. 신기하게 여기는 것도 잠깐. 지예는 맡겨진 일을 해야 했다. 작가의 일은 집중하는 것이고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소란스러운 곳이라도 해야 할 일에 빠져들면 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하이퍼 포커싱하면 무슨 소리가 들리진 않을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맡은 일은 아날로그적인 자료들이 좀 많았다.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들처럼 노트북 하나 쥐고 아무데나 가서 일하면 그곳이 내 일터라면 좋겠지만, 올드한 한문자료들이 섞여 있었다. 그렇다. 어떤 작업들의 경우 이십 년 전, 삼십 년 전에 수기로 작성한 자료가 유일하다. 이번 작업 역시 그러했다. 모든 것이 스캔 되어 있는 시대에 이게 무슨 일인고 하니, 스캔하기엔 자료가 너무 방대해서 모두 먼지를 뒤집어쓰고 100제곱미터짜리에 촘촘히 서 있는 6층짜리 서가에 얌전히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천만다행인 것은 그 서가의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 정도.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 작업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가지 보안 각서를 쓰고 가져온 이번 자료들을 하나 하나 보고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게 워낙 자료가 많아서 A4 박스로 2개였다. 그리고 자료들은 순서대로 있지 않았다. 그걸 들고 어느 카페로 간단 말인가. 자료를 잃어버리는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받는 급여보다 두 세배의 금액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지예는 고민을 멈추고, 귀마개를 끼기로 했다. 때마침 작년에 생활용품점에서 사뒀던 것이 있었다. 그러나 스폰지로 된 그것을 귀에 우겨넣었는데도 발을 쾅쾅쾅 구르는 음량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본 바 발꿈치를 시멘트에 세게 박아서 생기는 소리, 발망치는 저주파에 해당하기 때문에 스펀지 귀마개 등으로 막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시대가 이렇게 발전하고 기술이 눈부시게 좋아졌는데 여전히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기술로 해결이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아냐, 설마 그럴리가 없어. 이틀 째, 삼일 째의 발망치와 소음에 시달리던 날 지예는 생각했다. 사격용 귀덮개를 사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래도 설마 권총 사격 소리보다 크려고. 여러가지 제품을 비교한 지예는 자신의 것과 광민 것까지 두 점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