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복수에 관한 소설
층간소음에 있어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부부면 부부싸움, 가족이면 가족싸움, 룸메이트면 한 쪽이 나가버리는 대참사. 그런데 다행히도 광민은 지예와 비슷했다. 아니 더 심했다. 윗집의 소음이 시작된 첫날, 그는 위를 쳐다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했다. 낮부터 나고 있었다고 하니 이사소음이라지만 좀 심하다, 며칠 두고 봤다가 계속하면 관리사무실에 말하겠다고 했다. 이건 너무 정도가 심하다, 자기들만 사냐, 우리도 혹시나 아랫집에 누를 끼칠까봐 슬리퍼 두꺼운 거 신고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배려심이 없는 인간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억양없이 윗집에 대한 불만을 읊고 있던 광민의 얼굴은, 약간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나서 예전에 있었던 안 좋은 일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날 지예는 밤늦게 거실에서 예의 소음을 들으면서 일하고 있었는데 광민이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윗집 소음이 도저히 참아지지 않는다면서 잠이 안 와, 라고 말하고는 거실에 자리를 피고 누웠다. 그는 발을 쿵쿵대는 소음보다는 지예가 내는 키보드 소리가 차라리 듣기 좋다고 했다. 그렇게 자다가 깨다가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 부산 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은 한동안 지독하게 수면부족이었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사소음이겠거니, 뭔가 정리를 하는 것이겠거니, 하는 소음은 하루도 쉬지 않고, 윗집 부부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년의 부부의 잠자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남편은 10시경 잠자리에 들지만, 아내 쪽은 새벽 2시 심할 때는 새벽 3,4시까지도 활동적이었다. 물론 부부가 함께 새벽 3시까지 소음을 낼 때도 있었는데 단순히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가구를 조립하거나 고치는 것 같았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새벽 세시인데 드릴질을 5분 정도 하더니, 나무와 나무 사이를 접합하는 듯 땅, 땅, 땅, 규칙적인 망치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만 하면 다행이게. 그러고 나서는 예의 나뭇조각을 쿵, 하고 바닥에 내팽개친 다음 무엇인가 마음에 안 드는지 톱질을 하는데 그 톱질 소리마저 리얼하게 잘 들렸다. 혹시 윗집이 아닐까 싶어서 지예는 거울로 위층을 비추어보았는데,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었다.
폭발한 건 광민이었다. 그는 조용히 좀 해!라고 소리치더니 공구함에서 아무 망치나 꺼내서 벽을 쾅쾅쾅 쳐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것이 전해졌는지 그들은 작업을 멈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지예도 광민도 잠을 잘 순 없었다. 너무 화가 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을 활용해야 할 수면에는 이르지 못한다. 둘 다 자리에는 누웠지만 뒤척이다가 새벽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광민은 출근했고, 지예는 그가 나간 지 한 시간 만에 눈을 떴다. 예의 윗집 부부가 다시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새벽 3시가 아니라 아침 6시가 되었으니 소리를 내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흥겨운 쾅쾅쾅 소리가 들렸다. 지예는 재빨리 머리맡에 두었던 귀마개를 꼈지만, 신나게 아래 층을 향해 망치질을 해대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예는 대충 걸쳐입고 아파트 정문으로 뛰쳐나가, 그 앞에 있는 벤치로 갔다. 거기 앉아서 잠깐 졸았나,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아니 여기서 왜 잠을 자고 있어요, 라는 말에 윗집이 소음이 심해서요, 라고 답했다. 앉아서 자는 건 수면욕에는 좋을 지 모르나 육체적인 이완에는 최악이다. 어딘가 두들겨 맞은 듯한 상태라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집으로 올라가니, 여전히 부부는 신나게 망치질 중이었다. 집에 가구가 많아 보이지도 않던데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싶어서 다시 올라가보았다. 이번에는 지인들을 부른 듯했다. 지인들과 함께 새로운 가구를 조립이라도 하고 있는지, 이번에도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고 가구를 감싼 스티로폼과 두꺼운 포장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자기들끼리는 신나 있었다. 떠드는 소리는 현관문을 열어둔 탓에 복도에 크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