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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대리 Oct 09. 2023

직장 내 플러팅 기술

업무가 매끄러워지는 꿀팁

직장에서 굳이 친구를 만들어야 할까? NO. 그렇다면 직장 내에서 아무 관계도 맺지 말아야 할까? NO. 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면 상처를 받을 것이고, 어떤 누구와도 친분을 쌓지 못하면 회사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직장 내 관계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근한 정도로 지내는 것이 두 번째로 좋고, 같은 팀 사람들과는 간식을 나눠줄 정도의 사이가 되는 것을 세 번째로 추천한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일을 하는 곳이지만, 회사에 모인 사람들은 감정의 동물이며 관계를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운이 좋으면 사내 부부가 되거나 찐친을 만들 수 있는 관계의 장이 바로 회사다. 그렇다. 회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회사 사람'들'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 업무 분업이 확실한 회사여도 상사와 이야기를 하루라도 나누지 않는 날은 없다. 일일 보고든, 프로젝트 중간보고든 진행 상황은 공유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단순 보고여도 관계는 쌓인다. 나의 말투와 행동 패턴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상사들의 짬은 생각보다 대단한데, 인사하는 것만 봐도 특징을 간파한다). 가만히 있어도 관계가 쌓이고, 관계를 쌓고 싶어 난리를 쳐도 관계가 쌓인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재미있든 재미없든 어떤 식으로든 뭔가가 쌓인다.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쌓이는 관계, 이왕이면 업무에 도움이 되면 좋지 않겠는가. 회사에서의 긍정적인 관계는 업무를 편안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기름 같은 역할을 한다. 꼰대 같은 상사여도 내 상사다. 상사를 거치지 않으면 내 업무는 마무리될 수 없다. 우리 팀의 프로젝트를 위해 타 팀의 자료를 열람해야 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아부를 떨고 싫어도 좋은 척하라는 말이 아니다. 독불장군 같은 사람과도 척을 지지 말고 간식을 나눠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도 없다. 그 사람이 별로인 건 별론 거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만 별로이지 않으면 된다. 나를 지키는 선에서, 나를 이롭게 만드는 선에서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내 관계를 위한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관계 때문에 허덕이고 에너지 한계를 뛰어넘는 부담을 만들면 안 된다. 누군가에겐 주말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게 어렵지 않은 반면, 누군가에겐 매우 낯간지럽다. 누구는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걸 좋아하지만 누구는 무조건 낮잠을 자야 하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업무 능력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등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 스킬도 업그레이드된다.




사내 행사 참여하기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대로 왜 사내 행사를 할까?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당장 투자를 받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데다 리소스도 꽤 들어간다. 사내 행사는 직원들에게 대놓고 "관계를 쌓으세요!"라고 말하는 이벤트다. 같은 팀이든 다른 팀이든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업무 외적으로 친분을 쌓을 수 있다.


사내의 적당한 친분은 업무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방 문고리를 새로 바꾸면 뻑뻑해서 잘 안 열릴 때가 있다. 이때 문고리 안쪽 부품에 기름을 발라주면 문이 매끄럽게 열리는데, 친분이 이렇다. 나는 술을 부어라 마셔라 먹는 행사 빼고는 참여하는 편이다. 이 사람이 이렇게 괜찮았어? 생각보다 매력 있는데? 친해지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생긴다. 직장 내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런 마음이 들어야 한다. 간단한 점심 회식 자리, 조직 문화 교육, 전시 관람 등의 행사가 도움이 된다. 술자리는 잘 모르겠다. 돈도 엄청 쓰고 별의별 얘기도 나누는데 기억이 안 나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지 않나. 게다가 주정이라도 부리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점심시간 활용하기

각종 사내 이벤트에서 마음에 드는 3명을 발굴했다. 엄청난 수확이다. 운이 좋게도 서로 찌릿했는지 흔쾌히 점심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회사에서 기회를 줬으면 그 기회를 잡는 건 내 몫이다. 개중에는 8살 어린 다른 팀 인턴도 있었고, 같은 팀 디자이너도 있었다.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대리의 취향을 살짝 얘기하자면,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회사에 무조건적으로 올인하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게 그렇게 매력있다. 다른 팀 인턴과는 각자의 개인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되었고, 같은 팀 디자이너와는 뉴런을 공유하는 협업 공동체가 됐다.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인 셈이다.


생일/N주년 챙기기

선물을 주고받는 게 귀찮은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찐친과 가족 이외에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 편인데, 협업이 많고 분위기 좋은 회사에 다니면 이를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해야지 뭐. 생일은 그렇다 치고 N주년은 뭐냐고? 스타트업에 다니면 근속연수 2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가 5년을 다녔다고? 와 진짜 대단한데? 싶으면 십중팔구 대표님일 가능성이 높다. 1주년, 2주년 때 작은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곤두서있던 고슴도치 가시가 말랑말랑 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팀 분위기가 좋으면 업무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3~6명 사이의 소규모 팀의 리더는 웬만하면 팀원들의 생일을 챙겨준다. 받기만 하고 땡 할 수 있으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이왕 주는 선물도 그 사람이 잘 썼으면 좋겠다. 생일 시즌이 되면 올대리는 레이더망을 켜고 팀장들이 뭘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시작한다. 힌트는 여기저기 널렸다. 캐릭터를 좋아할 수도 있고, 테니스나 수영이 취미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바꾼 지 얼마 안 됐다거나 에어팟 케이스가 깨졌을 수도 있다. 상사의 니즈를 파악해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게 포인트.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르는 꼰대 그 자체인 상사도 그날만큼은 기분이 좋다. 나와의 관계가 한층 부드러워진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고, 어쭙잖은 상사의 개그에 웃어주고 싶지도 않은 나는 나름 요즘 것들이다.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이 심하며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채우는 내향형 인간이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해서 사람이 많을 땐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만 한다. "어제 저녁에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스팸을 넣으니까 확실히 맛이 진하더라고요"와 같은. 이마저도 사회화가 되어 많이 발전한 상태다.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은 회사가 불편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관계 쌓기를 거부한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입사 전부터 "난 꼭 아무하고도 얘기 안 해야지!"하겠는가. 회사는 사람들이 모인 관계의 장이지만, 엄연히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곳이다. 즉, 어떤 공간에 가도 상사와 하사가 같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순간에도 평가와 판단이 빠지기 쉽지 않다. 상사는 하사를 부리는 것이 본업이고, 하사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휴게실에서 만나 3분 정도 홈런볼을 같이 먹어도 나는 판단되고 평가당한다. 그중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오해인 것도 있다. 그게 너무 싫어서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물면 아무런 관계도 쌓이지 않고 어떤 흔적도 남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기억에 남지 않는 관계가 된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해서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진탕 취해서 나 혼자 필름이 나가도 상대방과 함께 한 술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없이 묵묵히 일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업무 속도도 남들보다 빨랐고, 마감 기한도 다 지켰는데 나는 최상위권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거지? 회사에서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다 열심히 한다. 마감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지 성과가 아니다. 성과는 뭔가를 바꿔 이전보다 더 좋게 하는 것이다. 문제점을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을 혼자서만 하는 건 매우 어렵다. 상사 혹은 동료의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과를 내고 싶었다. 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싶었고 회사에서 필요한 포지션이 되고 싶었다. 쑥스럽지만 팀장님에게 면담을 요청해 피드백을 들을 줄도 알아야 했고, 동료에게 커피 한 잔 사주면서 나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물어도 봐야 했다. 남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건 노력하지 않아도 될 때가 많은데,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건 작정하고 노력해도 힘들다.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바라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한 번도 함께 고민해 보려고 안 했는지 모르겠다. 직장 내 플러팅이 필요한 이유다.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건강하게 성장하는 회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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