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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대리 Oct 10. 2023

5년 차 직장인의 돈 관리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한 이유

2018년 첫 취직을 했다. 또래보다 월등히 적은 월급에 의기소침하던 시기였다. 그때 엄마가 해주셨던 말이 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가 이런 말을 하다니. 시무룩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장면이 떠오르겠지만 우리 엄마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먹기 좋게 부순 날라면을 앞에 둔 채 웃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참고로 엄마는 돈은 매우 잘 벌지만 매우 허투루 쓰는 30년 차 직장인이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가슴팍에 확 꽂혔다.


돈을 바로 쓸 줄만 알아도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다. 방치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직장인이 되어 연봉이란 걸 받는 순간부터 돈 관리를 해야 한다. 돈을 1순위 목적으로 취직한 게 아니더라도 돈 관리를 포기하면 안 된다. 일을 한다는 건 벌이가 생긴다는 의미고, 직장에 다니는 이상 우리는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돈과 돈독해질 수 있는 기회다. 연인과 사이가 두터워지는 때가 언제일까? 함께 있는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용돈으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렵지만 연봉으로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월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버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지출이 많다고 해도, 집 값이 미친 듯이 오른다고 해도, 돈 관리를 포기하지 말자. 소비 습관을 트랙킹 하며 미래를 그려야 삶의 의지가 생긴다. 문제 상황에 있거나 필요한 게 생기면 해결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아닌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돈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에 즐길 거 다 즐기자는 욜로족이 왜 점점 자취를 감출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텅장은 상상력을 키워주지 못한다. 아등바등하게 만들 뿐. 사실 욜로(YOlO)의 찐 의미는 월급을 탕진할 정도로 물질과 경험에 투자하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여기,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충분히 만족하라는 좋은 의미였을 것이다. 뭔가 해외여행, 명품, 호화스러운 웨딩과 엮여 탕진의 의미로 잘못 해석됐다. 물론 월에 몇 천만 원씩 버는 사람에게 해외여행과 명품은 사치가 아니다. 하지만 월 300만 원을 벌면서 포르쉐를 타고 연 3회 이상 해외여행을 가는 건 사치다. 아무리 트렌드라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사치는 점차 줄어든다. 돈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월급은 안정 수입에 속하지만 월급을 주는 회사는 생각보다 안정된 조직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대기업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격했다. 공기업이라고 안전할까? 공기업의 청년 퇴사율은 2019년에 비해 무려 70퍼센트가 늘었다. 권고사직이든 퇴사든 회사는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돈 관리가 되어 있다면 불안정한 상황에 좀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빠른 시일 내에 나의 소비패턴에 맞는 자린고비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모아둔 돈이 어느 정도 있다면 다음 스텝을 위한 경험에 투자할 수도 있다. 백수여도 돈에 벌벌 떨지 않을 수 있다. 돈이 주는 여유는 생각보다 강하다.


통장에 50만 원이 있는 것과 500만 원이 있는 건 다르다. 50만 원만 있다면 전전긍긍할 것이고 나도 모르게 조급해진다. 500만 원은 마음에 시간을 준다. 앞으로 뭘 먹고 살 건지, 어떤 일이 나와 잘 맞는지, 어떤 문화가 나와 핏 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돈 관리가 싫고 귀찮아도 가계부라도 쓰길 바란다. 내 돈의 출처와 씀씀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미래의 나를 부양하는 것도 내가 되어야 한다.




가계부 쓰기

돈 관리 첫 번째 스텝이자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단계다. 나의 소비 습관을 직면해야 적금 가능한 돈을 찾을 수 있다. 월세와 공과금은 얼마인지, 생활비는 어느 정도 나가는지, 경조사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소득과 소비 패턴을 파악해야 관리가 필요한 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올대리는 보통 지하철에서 가계부를 쓴다.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낼 필요가 없다. 가계부를 쓰면서 한 달에 편의점에서 5만 원어치 간식을 산다는 걸 알게 됐다. 매일 야금야금 사다 보니 크게 불어있었다. 3만 5천 원으로 쿠팡에서 훨씬 더 많은 양의 간식을 사는 방법을 찾았다. 경조사비는 점점 늘어난다. 결혼식 몇 번만 가도 생활비가 훅훅 준다. 잔고가 5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뭔가 불안한데, 이를 막기 위해 경조사비 전용 통장을 만들었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적용하면서 월급의 60~70퍼센트를 적금할 수 있게 됐다. 나름의 프로세스를 구축한 셈이다.


적금 만기 채우기

가계부를 쓰면서 열심히 적금을 부었다면 만기를 채워 목돈을 만들어보자. 목돈을 만들었다는 건 바람직한 월급 사용법을 습관화했다는 증거다. 더 나아가 이전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모아 3000만 원을 만들었다. 쥐꼬리로도 큰돈을 모았는데, 소득이 많아지면 얼마나 더 잘 모으겠는가. 적금 만기로 통장에 입금된 총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습관화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돈 주고도 겨우 사는 긍정 경험을 돈을 모으면서 갖게 되다니. 완전 이득 아닌가.


사회초년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게 적금이다. 이자가 낮아도 상관없다. 돈을 대하는 처음의 경험이 나중의 소비 습관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돈을 버는 목적으로 적금을 드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적금으로 목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소비 습관의 첫 단추인 셈이다. 목돈이 생기면 미래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진다. 망가진 냉장고를 바꿀 수도 있고, 청약에 도전할 수도 있고, 직업을 바꾸는 데 투자할 수도 있다. 목돈이 없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이다.


경제상식 공부하기

목돈을 만들었으면 돈을 관리하는 페이스에 어느 정도 진입했단 뜻이다. 경제 상식을 공부할 수 있는 준비물이 생긴 거나 다름없다. 준비물이 있으면 궁금한 게 많아진다. 갖고는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은 나중에 갚는 게 더 나은 건지, 적금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집값이 요동치는 이 시기에 월세가 답인지 전세가 답인지, 연말정산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소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돈 얘기를 많이 한다. 노골적으로 "월에 천만 원 정도는 벌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많이 봤다. 유튜브에서도 주식, 부동산, 청약, N잡과 관련된 내용이 쏟아진다. 돈과 관련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나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주식, 금현물, ETF, 리츠 등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박곰희TV와 부자언니 유수진을 추천한다. 각자의 성향에 맞는 투자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특정 방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올대리가 기피하는 돈 관련 콘텐츠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내 집 장만을 1순위로 꼽는 콘텐츠다. 집을 사는 것이 돈을 버는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부터 돈을 벌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올대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돈을 벌고 싶었다. 하루에 2잔. 가격 눈치 용돈 눈치 안 보고 과일향이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이유지만 돈을 벌고 있는 지금도 커피를 마실 때면 5년 전을 떠올린다. 어? 나 성공했는데?


사회인이 되어 돈을 번다는 건, 스스로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고 해서 먹고사니즘이 해결됐다고 하지 않는다. 미래의 나를 부양하는 것이 먹고사니즘의 과정이다.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 목돈을 만들었다. 투자로 20% 정도 수익을 얻은 적도 있지만 요즘 한국 주식은 너무 하락장이다. 간이 작아 비트코인은 엄두도 못 냈다. 나름대로 돈 경험들을 쌓는 중이다. 가계부를 쓰며 얻은 소비 패턴과 성향 덕분이다. 돈을 쓰는 데이터가 생긴 것이다. 데이터가 있으면 분석이 가능하고, 분석이 가능하면 변화와 예측이 쉬워진다. 돈은 절대로 중요한 것이고 스스로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돈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하니까. 중간에 실수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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