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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여자김작가 Aug 12. 2019

계절이 바뀌듯

(feat.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전업주부를 해도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조금 아껴 살더라도 우리에게는 아이를 갖는다는  더 중요한 계획이 있었다. 2세, 보통은 부부가 계획해서 가지기도 하고 갑작스레 들어서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계획임신을 해야 했고 그 시기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닌 교수님의 동의가 필요했다. 항암제를 복용하면서 아이를 갖는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병원 교수님이 약을 끊는 시기를 정해주면 그때부터 임신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는 둘 다 아기를 원했다. 서른넷, 동갑내기인 우리 부부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게 아니라 더욱 조급했던 것 같다. 나이도 나이지만 무엇보다 나의 몸을 생각해서라도 임신이 가능할 때 꼭 임신을 하고 싶었다. 나와 남편을 반반 닮은 건강한 아이를 하루빨리 갖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고 약을 중단한 지 6개월이 되자 내 몸속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6년을 매일같이 먹었던 약이다. 6년을 먹고 고작 6개월을 중단했더니 그 사이 보이지 않게 수치가 올랐다. 약을 중단한 뒤 매1번 서울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 하고 유전자 수치도 체크해야 했다. 그렇게 서울로 병원을 다닌던 어느 날, 교수님으로부터 갑자기 오른 나의 유전자 수치가 걱정된다는 말을 들었다. 마지막 한 달만 더 지켜본 뒤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다음 달 병원을 방문했을 때, 결국 끊었던 약을 다시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는 당분간, 적어도 1년 이상은 미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참 슬펐던 것 같다.


혼자서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였는데 너무 마음이 급했던 걸까. 눈물이 났다. 거울 위로 물줄기가 흘렀다. 그냥 기다리면 아이가 생기는 줄 알았다. 우리 부부에게는 참 소중한 6개월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한 나 자신이 미웠다. 진즉 산부인과를 찾았어야 했나 싶고 시험관 준비를 해야 했나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쉽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어렵기도 한 임신. 난 잠시 임신을 내려놓기로 했다. 결혼이란 산을 넘으니 임신이란 새로운 산이 요즘의 나를 온전히 지배했었다. 그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신기하게도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가 왔다. 


다 때가 있나 보다. 2세도, 일도 우리의 인생도. 꽃이 피고 지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이. 그때를 기다리며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만날 우리의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으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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