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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여자김작가 Jun 14. 2019

변한 건 나뿐

(feat. 34살, 성장통을 겪다)



 내 나이 서른 넷, 서른이 넘어 스무살을 기억하며 곱씹는 게 어쩌면 꼰대같아 보일 지 몰라도 드문드문 생각나는 나의 20대가 그리우면서 짠하기도 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지금의 '나'가 엄두도 못낼만큼 열정적이었고 부지런했으며 반짝반짝 빛나던 20대의 '나'. 어쩌다 30대의 '나'는 이리도 안일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 나는 사춘기, 아니 삼십사춘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학교가 가고 싶었다.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내가 다니던 대학교. 뒤늦은 스승의날 핑계로 교수님도 뵐 겸 추억의 그 곳을 다녀왔다. 나와는 띠동갑은 돼 보이는 학생들이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듯 뽐내고 있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생각하는 순간 그리워졌다. 자판기커피 한 잔에도 마냥 웃음이 나던 스무살의 나, 밥값을 아껴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바이킹을 타러 가던 스무살의 우리, 잊고 있었던 나의 스무살이 새록새록 기억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놀던 학교 안의 연못가도 그대로였다. 그 연못가 주위로 나의 20대가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나고 예뻤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나만 변한 느낌이었다. 나만 훌쩍 커서 작아질대로 작아진 옷을 껴 입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결혼을 하고 어느새 4개월이 흘렀다. 함께 사는 사람, 내가 사는 동네, 그 어느하나 변하지 않은게 없다. 연애할 때는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 남자친구였다면 결혼을 하고나니 매일 얼굴 보는 남편대신 엄마가 1순위였다. 집 앞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친구가 없어졌고 주말이 되면 개인보다 가족 일정을 먼저 챙기게 되었다. 180도 변한 환경 속에서 나는 나름대로 적응해 나가고 있다. 가끔은 내 옷 같지 않아 서툴고 어색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지금의 환경 속에 잘 맞춰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갑자기 변한 환경 속에서 잠시 겪는 성장통이기에. 삼십사춘기,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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