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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Willow Feb 23. 2018

곰잡는 홋카이도 아이누견

생긴건 딱 곰순이, 성격은 180도

아이누견을 만나다


우리 가족이 홋카이도의 쿠리야마라는 마을에서 한달동안 지내던 때의 얘기다. 집 앞 도그런에 매일같이 오는 개 중에서 정말 곰순이랑 생긴게 똑 같은 개가 있었다. 몸집도 털색깔도 완벽하게 곰순이와 싱크로나이즈이니 나는 속으로 ‘저 개도 진도개인가? 곰순이랑 쌍둥이라 해도 믿겠군.’ 생각할 정도였다. 처음 봤을 때 반가운 마음에 곰순이와 그 아이를 만나게 해줘야겠다 싶어 곰순이를 데리고 도그런으로 달려갔다. 도그런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니, 그 개의 주인인듯 보이는 아주머니가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쿠리야마 집에서 지내던 당시

“우리 개는 난폭해서 물지도 몰라요. 우리가 나간 다음에 들어오세요.”


“아, 그래요? 저희 개랑 너무 닮아서 신기해서 왔어요. 그럼 바깥에서 인사라도 시킬께요.”


이 개, 가까이서 봐도 곰순이랑 놀라울정도로 닮았는데, 곰순이를 보자마자 잇몸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고 털을 있는대로 세운다. 급기야 도그런의 펜스를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한다. 내 얼른 나가서 너를 물어버릴테다, 하고 으름장 놓는 것 같다.


‘아이고, 생긴것만 곰순이랑 똑같고 성격은 완전 반대네..’


곰순이는 가까이 다가가 여느때처럼 넌 누구니, 하는 표정으로 냄새만 킁킁 맞는데 혹시 펜스 가까이 갔다가 그 개에게 물릴새라 곰순이 목줄을 멀찌감치 잡아당겼다.


“이 개는 무슨 종인가요?”


“얘는 아이누견이에요. 아이누견은 사냥하는 개라서 사납지요.”

쿠리야마 집 앞 도그런

홋카이도 아이누족들이 곰사냥을 할 때 함께 나갔다는 아이누견. 홋카이도의 혹독한 겨울을 버티는 강한 체력과 끈기, 주인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개로,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의 광고모델로 또한 유명하다. 아이누견을 실제로 처음보는 나로서는 신기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진도개와의 외모의 유사성이 제일 놀라웠다. 사실 진도개도 사냥개 출신이니, 그런 본성에 충실하도록 길러진 진도개들은 곰순이와 딴판으로 얘네 못지않게 사나운 아이들도 있을 법 하다.


가만히 있다가는 그 아이누견이 당장이라도  펜스를 찢어발긴 후 뛰쳐나와 곰순이 목을 물어버릴 것 같은 분위기라 황급히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에도 가끔 그 아이누견이 도그런에 오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는데 어쩌다가 멀찌감치에서 현관에 묶어놓은 곰순이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개의 표정으로 으르렁 거리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곰순이를 최대한 안전한 곳(이라 하면 그 아이누견 눈에 띄지 않는, 도그런이 보이지 않는 반대쪽 정원)으로 피신시키곤 했다. 그 개가 주인이 방심하는 새 달려와서 곰순이를 공격할까봐 늘 조마조마했다.  


동물보호소의 아이누 강아지들


그 후 아이누견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우리 가족이 자원봉사하는 동물보호소에서였다. 보호소에 온지 얼마 안된 아이누견이 새끼 3마리를 낳은 것이다.  보호소 주인인 올리버 할머니가 우리에게 석달된 아이누 강아지를 구경하러 가보겠냐고 했다. 강아지 사랑이 지나친 우리집 강아지들 두 마리를 데리고 좋다고 신이 나서 할머니를 따라갔다. 펜스 안을 들여다보니 귀여운 아이누견 3마리가 방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누견 강아지들. 생긴건 곰순인데 성격은 딴판

“와, 엄마, 곰순이 아기때랑 똑같이 생겼어요!”


“엄마,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워요!”


곰순이랑 비슷한 털색깔의 녀석들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아이들과 들어가서 같이 놀아도 되는지 올리버 할머니께 여쭤보았다.


“음… 아마 녀석들이 이빨이 간지러운 시기라서 장난치고 물고 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요?”


“강아지들이 물어봤자겠죠. 괜찮아요!”


자신있게 대답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펜스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신나는 아이들하고 녀석들을 쓰다듬으려고 하는데, 아이고 이 강아지들, 극도의 흥분상태로 신이 나서 방방 뛰더니 그 작은 입으로 우리의 다리를 잡아당기고 손을 물고 할퀴고 난리가 아니다. 그러니까 제딴에는 놀자고 좋다고 하는 행동인데(라고 믿고싶다) 이 작은 녀석들의 이빨이 어찌나 날카롭고 끈질긴지 금새 우리의 손이며 발에 작은 상채기들이 나기 시작했다.


좋다고 들어간 아이들 얼굴이 금새 울상이 됐다.


“엄마, 아파요, 얘네가 자꾸 물어요.”


“이제 나갈래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란건 나도 마찬가지. 끝까지 이빨로 바짓자락을 물고 놓치 않는 아이누 강아지들을 간신히 떼어내 아이들을 탈출(?)시킨 후 나도 겨우겨우 밖으로 나와서 펜스 문을 닫았다. 우리는 기진맥진하여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펜스 멀찌감치 서서 계속 놀지 왜 나가냐는 듯 꼬리를 흔들어대는 세마리의 아이누견들을 보니 이제 더 이상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와… 아이누견, 너네 굉장하구나! 생긴건 우리 곰순이랑 똑같고 성격은 완전 반대라니…너네 곰잡는 아이누견 맞다. 인정!’


그 후로는 아이누견을 다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다시 본다면 한가지는 분명하다. 귀엽다고 친하게 지내자고 쉽게 손을 내미거나 다가서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순한 강아지들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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