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다들 여기에 지금 왜 있는 거야?”
모두가 취해 가는 밤이었다.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5박 6일간의 기차 여행 중 2일 차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이름 정도만 농담처럼 툭 던져졌고, 허공에 사라지길 반복. 20대의 여행은 원래 그런 것인 줄 알았다. 낮에는 배낭을 메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밤에는 모르는 사람과 어울렸다. 내일이면 깔끔하게 인사하고 흩어질 사람들. 과거와 현재를 모르는 사람들. 그렇기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 밤들은 그런대로 즐거웠던 것이다.
한창 마시며 현재의 존재가 흐려질 때 즈음, 그 누나는 “왜 다들 여기에 있는 거냐"라는 질문을 하였다.
사람들은 말이 없어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말 궁금했던 것일까. 이유라니. 젊음이 무기이고, 여름이고, 술이 있고, 밤이 있고,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 이 있었기에 떠났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이유라니. 여행에 ‘왜’가 필요할까.
누군가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가면서 말을 하였다. 각자의 이야기 혹은 사연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로를, 축하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축하의 말을 아낌없이 건넸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으러 왔다’라는 꽤나 낭만 있는 발언을 취한 김에 뱉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누나가 했던 질문의 요지는 여행에 대한 ‘왜’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 순천이라는 여행지, 그리고 많은 숙소들 중 그 숙소에 ‘우리’라는 공동체가 모인 것. 그 자체가 너무 신기했고, 박진감 넘치는 사실이었고, 그에 대한 소감 혹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으리라.
당시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또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