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읽지만, 종이책이 더 좋다.
우리 집 거실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 책이 가득 차 있다. 이걸로도 모자라 박스에 책을 넣어놓고 창고에 쌓아둘 정도로 책이 정말 많은데, 쌍둥이 남동생이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한 달에 10권씩 산 결과물이다. 당시는 쟤는 어떻게 저렇게 책을 좋아하나 했는데 지금은 나도 그 책장에 한몫하고 있을 정도로 책을 사 모으고 있다. 사실 20대에는 책을 거의 안 읽었다. 전공 서적은 엄청 사 모으면서 참고서적으로 간직만 했지! 읽지는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가장 게으르면서 생산적인 활동인 데다, 손쉽게 정보를 얻을 방법이어서 어느 순간부턴 새로운 지식이 필요할 땐 책을 읽게 됐고 그게 버릇이 되어 쉬는 동안엔 책을 읽는다.
출퇴근 시간,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책을 읽다 보니 넷플릭스를 보는 것만큼 많은 시간을 책 읽는 데 보내고 있었고 생각보다 책을 사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요즘 정착하게 된 게 밀리의 서재였다. 한 달에 11,900원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다양한 책을 볼 수 있어서 간편했고 저렴했다. 특히나 가방이 작은 날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이동하면서 책 읽는 게 습관이 되면서 밀리의 서재에서 어느덧 약 50권 이상의 책을 읽게 되었다. 2년 가까이 이 서비스를 넷플릭스 다음으로 정기 구독을 했다.
특히나 올해 인스타를 통해 책 서평을 시작하면서 의무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밀리의 서재 구독을 시작하면서 종이책보단 전자책을 보는 시간도 많아졌는데 확실히 편하긴 했다. 이 책을 좀 보다가 안 읽히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이동하는 시간에 간편하게 읽을 수 있고, 하지만 눈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로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눈이 안 좋아지고 자세도 안 좋아졌다.
무엇보다 책을 읽긴 하는데 책을 읽은 후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었다. 확실히 종이책을 읽을 때와 비교했을 때 전자책은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하이라이트로 내가 원하는 구절을 저장할 수 있지만 그 구절들을 나중에 보거나 하진 않는다. 그리고 구독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휴남동 서점 책을 읽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주인공이 손님들이 자기에게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자기의 감상평을 메모장에 써서 책에 끼워 넣는 장면이다. 도서관의 책을 펼치면 누가 읽었는지 대여 기록이 적혀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감상평은 자기 독서기록장에 적혀있는데 가끔 궁금했었다.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래서 나도 내가 읽은 책에 짧은 감상평을 적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인스타에 공유하는 책 감상평도 하지만 실제 종이책에 직접 감상평을 적어놓는 감성은 다른 것 같다.
전자책이 생기고 더 많은 책을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좋지만, 확실히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 읽는 종이책 감성은 못 따라가는 것 같다. 그리고 종이책을 넘길 때 종이 특유의 냄새가 너무 그리울 땐 종이책을 사게 된다.
그럴 때마다 종이책의 감성과 전자책의 편리함을 합칠 순 없을까? 란 생각은 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자책 2.0 버전 밖에 안 떠오른다.
지금은 전자책으로 먼저 대충 읽고 내용이 좋으면 종이책을 구매해서 종이책으로 다시 읽는다. 어떨 땐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사서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읽기도 한다. 금액이 두 배로 들어서 그렇게 편하다. 종이책을 사면 전자책을 할인해 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없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