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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Mar 16. 2024

분갈이 과정

움직일 '운'의 시작점

1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며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움직임이 없이 고여있는 상태였던 것이지요.

좀 더 경험을 확장하고자 부서 이동을 결심했습니다. 일의 분갈이는 4개월이 지난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그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전문성을 쌓으려면 필연적으로 의심, 불확실의 구간을 지나야 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 꾸준히 하는 그 자체로 전문성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일을 축으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며 그 경험과 지식을 하나로 모으고 이을 수 있어야 하죠.  어떤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있나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다른 어떤 것들을 시도하고 있나요? - 자기만의 트랙, 김나이 -



23년 11월 13일 : 분갈이를 위한 첫 삽


주말 동안 마음을 결정했지만 출근해서 생각하니 또 마음이 흔들리며 '이게 정말 맞나?"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가장 마음을 터 놓고 지내는 동료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내가 2년 넘게 고민했던 것 같다며, 나보다 더 내 고민의 시간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먹었다면 시도해봐야 한다는 응원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잡아두었던 친구와의 점심 약속이 있었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신년에 있을 변화를 마주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10년이면 움직일 때도 되었지요. 그동안 물 흐르듯 따라온 것 같다고 했지만 거기에도 선택이 있었을 거에요. 지금 이렇게 선택했듯이요."

이 환경에 너무 오래 고여있었던 것 같다는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 긍정적으로 전환해 주는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다. 하늘이 날 돕는구나 싶을 정도로... 그와의 대화는 머릿속을 명확히 해주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리고 오후, 용기를 얻어 팀장님과 면담 약속을 잡고 부서이동을 원한다고 말씀드렸다.


될 일은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은 잘 될 것만을 생각한다.

운은 움직인다.

운은 사람이 가져온다.



24년 1월 11일 :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회사 안 가나?"

어머님이 방문을 열고 말씀하시는 소리에 벌떡 깨보니, 이미 지하철을 타고 회사 근처까지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푹 잤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럴 수가?

완전 지각이었다.  

회사에 유연근무를 신청하겠다고 급하게 연락을 드리고 준비를 했는데...

조정한 시간보다 더 늦어졌다. 역대급 정신 못 차리는 아침이다.


전날 있었던 인사이동 명단에 이름이 빠져있던 것 때문일까?

팀장님께서도 아침에 확인해 주신다고 했고, 태연 한척했지만 충격을 받아 나사가 제대로 풀렸나 보다.


오늘 아침 분명 '기세'롭게 시작하기로 다짐했건만..

다시 애써 태연해지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풀린 나사를 챙겨 마음을 잡는다.



1월 19일 : 내가 정말 자격이 있나?


보내주는 팀장님도 받아주기로 한 팀장님도, 부문장님, 본부장님도 승인했다고 들었는데,

발령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

모두들 영문을 몰랐고, 인사팀과의 연락은 힘들었다.

연락이 어렵게 닿았지만, 누락된 명확한 사유를 들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 팀 티오가 생기니 대체 인력을 뽑고 보낼지, 보내고 뽑을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가,

가구만 하던 사람이 브랜드팀 일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정말 내가 자격이 있나? 내 생각만 했던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부서이동 희망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이 해당팀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개인적으로 역량을 개발해 왔던 스터디 이력 등 작성을 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순진하기는~~!!"

인사팀에서 사고처 놓고 발령을 따로 내기가 껄끄러우니 그냥 이 핑계 저 핑계 데는 거라고 한다.


더 화가 났다.

그게 이 상황에 영향을 미칠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인사팀의 딴지에도 장난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보내야겠다. 그럴수록 보내야겠다. 사고처놓은것 수습하시라는 의미로...



1월 22일 : 마음이 부르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아무렇지 않지 않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지만,

그럴수록 좋아하는 루틴을 지키려 노력한다.

마음에 가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해 보고,

그런 것들이 마음의 기복을 줄여준다.


그렇게 하루를 잘 챙기려 노력하며 부서 희망서를 계속 수정해 나갔다.

쓰면서 '내 마음이 정말 부르는 일이구나'라고 스스로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했지만, 막상 희망서를 보내려고 하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나약한 마음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또 한 번 운명처럼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친구는 너무 쉽게 이루어지면 소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이야기 할 수 있었음에 눈물 나게 감사했다. 용기를 얻고 희망서를 송부했다.


1월 31일 : 조건부 확정


부서이동이 조건부로 확정되었다.

나를 대신할 인원 채용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동을 시켜주기로 부서 간에 합의가 되었다고 한다.

채용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못 가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되었는데,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동하는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친구에게 알렸다.

친구는 사회생활에서 알아야 할 대부분은 분갈이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갑각류의 껍질 벗기 같은 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축하 모임 번개를 하자는 친구의 제안에, 발령 공지 뜨는 날 번개를 하겠다고 답했다.



3월 4일 : 한 달을 더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대체 인력에 대한 채용 공고조차 띄워지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하고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각 팀별 충원 필요 인력을 조사하여 취합을 하였고, 그 건에 대해 인사팀과의 협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셨다. 부문 전체의 인력과 조직 구성 검토 중 나의 이동 건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었다.

요즘 이래저래 힘든 일이 많은 것을 알기에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다.

충원하고 상관없이 보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내일 인사팀과 협의 예정에 있으니 상황을 봅시다라는 답으로 면담은 마무리되었다.  



3월 5일 : 잘 되길 바란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도전이 지지부진해지며

단단할 것 같은 내 마음도 흐물거리고 있다.


오늘은 가닥이 잡히고

한 단계 진척이 될 수 있길 바란다.



3월 12일 : 이미지 관리 중점 기간


축하해 주고 번개 모임을 제안했던 친구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느라 점심시간도 여유롭지 못할 것 아니냐고 하는 친구에게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부문 내 각 팀에서의 충원 인력 계획을 검토하는 이슈에 나의 이동건이 홀딩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마음을 잘 다독이고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이라고 친구는 조언해 주었다. 정말 조금만 누가 건드려도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려고 할 때도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하던 일을 잘 챙기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3월 14일 : 면담


아침에 브랜드팀 팀장님과 마주쳤다.

이제 정말 결론을 내달라고 부문장님께 말씀드릴 참이라고 하셨고,

몇 시간 후에 부문장님이 내게 면담을 하자고 연락을 주셨다.  

그동안의 경력이 아깝다고 하셨지만,

부서이동에 대한 나의 확고한 생각을 말씀드렸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이니 충원과는 별개로 빨리 보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을 주셨다.



3월 15일 : 이제야 시작점에 온 것 같다.


부문장님께서 팀장 회의에서 나의 이동을 확정해 주셨고, 3월 중으로 늦어도 4월 초에는 발령이 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소식을 듣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진짜 간다고? 환호성을 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벅차올랐다.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느낌이었다.

이제야 확실해진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동할 부서 헤드님께도 연락이 왔다.

부족할 것이고, 미숙할 것이지만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의 두려움이 읽혔는지... 함께해 나가면 된다고 충분히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영해 주셔서 너무 힘이 되었다.


변화는 두렵다. 하지만 운의 관점에서 변화가 없는 것이 제일 나쁜것이다.

움직일 '운'을 위한 시작점에 이제야 서게 된 것 같다.  


# 운이란 무엇인가?
운의 한자어는 움직일 운에서 시작한다.
운은 움직인다. 그렇다면 무엇에 따라 움직일까? 바로 사람이다. 운은 사람이 가져온다.
운이 좋을 때는 내 주변 사람들 운도 좋을 뿐 아니라 나보다 훨씬 운 좋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려 한다. 사람이 바뀌고 있다면, 나의 계절이 바뀌는 것이 분명하다.

# 정체된 사람이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야.
인간은 자연이라서 좋은 환경에 가면 무조건 피게 되어 있어.
그 어떤 인간도 나를 죽이는 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야. 내부적으로 신호가 왔겠지. 나가야 한다고, 여긴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거기에 그냥 머물기를 선택한 거잖아. 그건 네가 자연의 징조를 무시한 결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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