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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Apr 20. 2024

전보 발령

24.4.1. 부

명: 브랜드팀 브랜드 콘텐츠 담당


3월 29일 6시 30분경 인사게시판에 발령지가 떴다.

늘 그렇듯이 퇴근 시간이 지난 후이다.

그것도 금요일이었고, 발령일인 4월 1일은 월요일이다.


4개월을 끌더니 인수인계 할 시간은 주지 않았다.

퇴사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부문 내에 이동이니 알아서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월요일 출근길에 브랜드팀 팀장님을 만났다.

"발령지 보셨지요? ^^ 드디어 오시네요~ 이번주까지는 인수인계도 하고 잘 정리하고 오세요."

늘 그렇듯 배려가 담긴 말을 해주셨다.


벌써 출근해 계신 팀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표현에 서투신 팀장님은 그저 너무 오래 걸렸네... 일이 많다던데....

그 흔한 '그래 가서 열심히 해'라는 말씀도 못 꺼내셨다.

마음은 아닌 걸 아는데... 엔지니어들의 표현력에 그래도 섭섭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렇게 10년 동안 했던 일을 뒤로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수인계는 10년간 했던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진행하고 있던 일에 대해서만 하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수행하고 완료했던 많은 일들은 그저 파일로 정리되어 웹클라우드에 저장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도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 일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 경험은 그 누구에게도 전수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록하고 써 놓아도 보지 않는다면, 그리고 본다고 해도 매번 상황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 기록들이 의미가 있을까? 그저 내 만족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부서이동과 함께 글쓰기가 멈췄다. 책을 내겠다는 포부도 희미해졌다.


그러다 최근 여러 명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요."

"그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일을 하고 쓰는 거잖아요."

"글을 기다리고 있어요."

"일의 마무리라고 생각하고 써보세요."


그렇다. 마무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잘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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