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나의 첫 이름
이름에 얽힌 어린 시절 나의 첫 기억
"내 이름 멋지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무엇을 그린건지, 쓴 건지 알 수 없는 글씨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그 사랑스러운 순간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다가도,
문득 생각한다.
나도 저랬을까?
나도 저렇게 내 이름을 소중하게 여긴 적이 있었을까?
모양은 엉망이었겠지만,
그 삐뚤빼뚤한 이름 속에 담긴
어린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내 이름, 내 존재를
그 자체로 소중하게 생각했던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내 이름이 곧 내 인생이라는 생각을
처음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을까?
대단한 꿈이 없던 나는,
막연하게 대학을 가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우리 집의 어려운 형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용기에서인지 입학 원서를 넣고
친구 부모님께 입학금을 빌렸다.
당시 200만 원이 넘는 그 큰돈을 어떻게 빌렸는지
또 그분들은 무슨 마음으로 빌려주셨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꿈이 없던 나에게 대학 진학은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 과정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의 만류로
전문대로 진학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나는 부족하다"는 자격지심이 남았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맞다.
여전히 내 안에는
끝내지 못한 숙제 같은 감정이 남아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이란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4년제 대학을 나왔더라면
내 이름에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삐뚤빼뚤 서툴게 쓴 이름도 결국 내 이름이다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진정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일 것이다
혹여 당신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던 기억이있다면
진짜 바라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