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늦잠 없이 일어나 제시간에 맞추어 출근했다.
돈 갚으라고 쫓아오는 사람이나 독촉 연락이 없다.
매달 대출금을 갚긴 해야 하지만, 그걸 감당할 월급은 된다. 골골하기는 하지만 크게 아픈 곳이 없어서 매달 나가는 돈은 없다. 실비보험도 있다.
이 순간은 뜨끈한 '제주 은희네 해장국'이 먹고 싶은데, 지금 바로 갈 수 없을 뿐이지 사 먹을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보다가 웃긴 것을 보면 공유할 매우 소수 정예의 친구들이 있다.
퇴근하고 돌아갈 집이 있고, 집까지 1시간 내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역세권이다.
막걸리나 맥주가 긴급하게 필요할 때 사러 나갈 가게가 집에서 3분 컷이다. 편의점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우나 편의점도 10분 컷이니 나쁘지 않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공사가 끝나서 집까지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된다.
자다가 발에 쥐가 나면 달려와 주물러 줄 사람이 있다.
한겨울 추위를 견딜 패딩이 두 개나 있고, 100% 캐시미어 목도리도 있으며 털신과 털방울이 달려있는 메이커 장갑도 있다.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직장이 있고, 내게 영어튜터의 새 삶을 만나게 해 주신 제자님들이 있다.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부터 늘 아프신 엄마와 엄청나게 지긋지긋했을 밥벌이 생활을 은퇴한 아빠가 계신데 두 분 다 감당 못할 질병에 괴롭지 않으시고 매일 툭탁거리며 장수 커플로 사신다.
가끔 만나 술 한잔 할 수 있는 동생들이 있고, 다들 평탄하게 자기 일 하며 살고 있다.
늦은 밤에 마실 위스키와 안주삼을 달달한 방울토마토가 냉장고에 대기 중이다.
작가지망생에 불과한, 아직 밥벌이 내지는 세상의 어떤 역할을 하거나 영향도 주지 못하는 내 글에 반응을 남겨 주시는 얼굴 모르는 독자님들이 있다.
고로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다.
고민할 필요 없이 지금이 제일 좋다.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