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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프레너 Mar 31. 2023

퇴사여행 :퇴사 첫날 혼자 제주도로 떠나다

퇴사는 처음이라

퇴사가 결정된 후 늘 마음에 제주도를 품었다.

한 달 동안 업무를 하는 시간이 어찌 보면 너무 느리게, 또 생각해 보면 정신없이 지나갔다.

어느덧 마지막 업무를 끝내고 여행가방을 들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는 어쩐지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 주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은 낙원 같은 곳이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꼭 오는 제주도였지만 이번 여행은 회사를 떠나 독립적으로 글을 쓰고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결정하고 떠난 여행이라 각오가 새로웠다.

원래 남편도 같은 기간 제주도 출장이 결정됐으나 막판에 회사 사정으로 취소됐다.

영락없이 혼자 떠나게 됐는데 남편은 금요일에 연가를 내고 주말을 함께 지내기로 했다.

삼 년간 일하다 퇴직한 나를 위한 배려다.

목요일 오전에 회사로서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지난해 내가 맡았던 일어이서 대표님이 내가 PT를 맡는 것이 낫겠다 하셔서 준비했다.

문제는 작년에 내가 만들었던 PPT자료가 맘에 안 드셨는지 퇴직하는 직원한테 PPT자료까지 만들라고 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드셨던지 다른 사람이 만든 PPT 자료를 가지고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전날 발표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준비했지만 시간은 화살같이 가고 단어는 잊어먹고(심지어 클라이언트 회사 이름까지 까먹는 실수를 ㅠㅠ) 준비한 설명은 반밖에 못하고 끝났다.

제주바다



이 프로젝트가 사실은 내 가장 중요한 퇴사 이유이기도 해서 돼도 고민 안돼도 고민인데

대표는 그 프로젝트를 꼭 따고 싶으셨나 보다.

아무튼 발표는 망쳤지만 내 마지막 임무는 마쳤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러 갔다.

함덕해변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갑자기 아픈데 없냐고 묻더니 비상구 앞자리를 점지해 준다.

다른 이코노미석보다 넓어서 늘 탐내는 자리였는데 운이 좋았나 보다.

수차례 승무원의 명령에 따라 안전한 비상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그 자리에 앉았다.

비상구 앞자리는 심지어 손가방까지 위에 보관해야 하단다.

뭐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편하게 다리 뻗는 게 어디냐)

비상구 앞자리에 앉아 비행기 날개에 하늘까지 잘 보면서 제주로 왔다.

한 시간의 시간은 짧게 지나갔고 난 제주공항에 내렸다.

동문시장

다시 렌터카를 찾으러 가는 길.

혼자 제주는 첨이 아니지만 좀 설렜다.

작은 모닝 차량을 찾아 타고 첫날밤을 예약했던 제주라마다함덕 호텔로 향했다.

제주에서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워낙 많지만) 첫손가락에 꼽는 곳이 함덕이다.

바다 색이 예쁘고 서우봉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소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가는 길에 동문시장에 들러 수제 생맥주 500CC와 고등어, 갈치 회, 그리고 천혜향을 조금 샀다.

어둑어둑해지는 목요일 저녁.

제주 도로도 만만치 않은 교통체증이 있었지만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와 이제 자유다"

드디어 난 퇴사했고 이제 매일 써야 하는 기사도 없고, 당연히 월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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