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갖는 마음가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한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O월이네.”
엊그제가 2024년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새 2월도 끝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이 말인즉슨, 눈 깜짝할 사이에 올해도 연말이 찾아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올 해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할게 너무나 자명하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바로 이전 글에서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며, 어떻게 하면 삶에서 느림을 추구하고, 기다림이라는 것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이 문장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시간의 속도는 언제나 같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이 말을 굳이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빠르게 흘러가서 좋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좋지 않다는 의미인가? 대부분은 시간이 빨리 흘러가서 아쉽다는 뜻일 것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는데 그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내가 기대했던 희망에 비례해 눈에 띄게 변화된 점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민 끝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서 아쉽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삶은 기본 디폴트 값이 '빠른 속도 추구'로 설정이 되어있어서 그러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천천히와 느리게를 추구하는 때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1.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집 밖을 나선다.
2. 가장 빠른 루트를 찾아 출근을 한다.
3. 특히 운전할 때, 가장 극대화된다. 빨리 목적지에 가야하는데, 앞에 차가 끼어들면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심지어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4. 지하철 출근 시간에는 늦지 않기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5. 회사나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 오늘도 시간이 빨리 흘러가서 집에 가는 시간만을 기다린다.
6. 유튜브 영상을 볼 때, 속도를 높여 1.25배속 심지어 1.5배속으로 설정하고 영상을 보기도 한다.
7. 오래 기다려야 결말이 나는 영상은 보지 못하고, 짧은 숏폼 형태의 영상만 찾게 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빠른 속도를 원하고 있는데, 시간이 다 흐르고 난 후에야 시간이 빨리 흘러가서 아쉽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 죽음 앞에서도 시간이 빨랐다고 말하며, 자신이 한 행동과 생각을 깨닫지 못하고, 내 잘못을 탓하지 않고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위의 예시와 같이 살지 않고, 일찍 준비하고 나서서 서두르지 않고 출근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의도적으로 기다릴 줄 알고,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럼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시간적 여유를 갖고 행동을 해서, 빠름이 아닌 느린 속도를 의도적으로 개입시킨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세상은 계속해서 빠른 것이 좋다며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휴대폰은 터치하는 순간 반응이 빨라야 좋은 것이고, 컴퓨터도 느리면 구식이 되고, 심지어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쳇 GPT를 활용하면 무엇보다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무엇이든 빠른 것은 그 당시에는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빠른 길을 알지라도, 의도적으로 느린 길을 선택할 줄 도 아는 사람이 삶에서 여유를 느끼고, 삶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로 인해, 시간이 흘러간 것에 대해 아쉽다는 마음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았기에 더 큰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늘부터 시간의 여유를 갖고 미리 준비하고, 느린 속도와 기다림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