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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u Poloi May 17. 2018

채식이 가져다준 변화  

채식을 시작한지 2년 후

과학혁명에 뒤이어 산업혁명을 등에 업은 자본주의의 물결이 이 땅을 휩쓴 지 벌써 몇 세기가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그 소비재들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가 얼마나 파괴적인지에 대해 약간은 (혹은 매우) 무지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나 또한 그렇고, 여전히 많은 부분에 무지하지만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 공장들을 여기저기 지어 올리고,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던 여러 국가들도 (특히 중국) 최근 들어 막대한 자본을 나무를 심는데, 도시 속 숲을 건설하는데 (예를 들어 서울의 서울숲)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말해 뭐하 겠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사실 매일 주시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당연히 지구에 나무가 한그루 더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하지 알고 있다.

이게 채식주의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필자는 엄청나게 상관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 접어들고 서구 세계의 여러 나라들의 젊은이들, 학자들은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들이 지구의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게 하는 방법 등을 연구해왔다. 'Sustainable'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어떤 산업 분야든 지속 가능한 00이라고 가장 흔한 갔다 붙이기 단어가 되었다. 그중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Sustainable 실천 방법은 먹거리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배고픔이랑은 아주 거리가 먼 세상에 살고 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자기 식탁에 올라가는 먹거리에 아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유기농이라 쓰여있는 건 뭐든 먹이고 싶어 한다. 전 세계 곳곳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레를 막 먹어내더니 요즘은 또 지중해 연안 아랍식으로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가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랍에서 온 후무스를 거들떠도 안 보던 사람들이 요즘은 후무스에 열광한다. 한국에도 후무스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사람들이 고기가 아닌 다른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에 더욱더 눈을 돌리고 있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


나는 육류 생산과 관련된 환경적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의 영향 중 일부는 화석 연료 사용, 동물 메탄, 폐수 낭비, 물 및 토지 소비를 통한 오염이다. 동시에 오염의 양 또한 상당하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 (FAO)가 발표 한 2006 년 가축의 긴 그림자 (Livestock's Long Shadow)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 부문은 많은 생태계와 지구 전체에 주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전 세계에 걸쳐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이고 온실 가스 (GHG)의 원천이며 생물 다양성 손실의 주요 인과 요인 중 하나 인 반면 선진국 및 신흥 국가에서는 아마도 수질 오염의 주요 원천 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온실 가스 배출량의 50% 이상이 동물 농업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2017 년 11 월 15,364 명의 세계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1 인당 소비량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한그루의 나무 심기'와 닮은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옥자'를 보며 가축을 도축하는 데에 대한 잔인함과 그를 향한 인간의 욕심을 단면적으로나마 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살짝 눈물을 흘렸다. 사실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고기들은 더 잔인하면 잔인한 과정을 거쳤지 절대 덜 잔인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먹는 닭이 어떤 과정이 거쳐서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게 되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무거운 이야기니 여기서 언급은 더 이상 안 하겠지만,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관련 다큐 멘터리라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어느 책에서는 동식물이 기계화가 되어 농장 동물들은 더 이상 고통과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 간주되지 않았고 기계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과학은 포유류와 조류가 복잡한 감각과 감정적 기질의 지녔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는 점을 집어낸다. 육체적 통증을 느끼는 동시에 정서적 고통도 느낀다고 말이다. 그리고 산업화된 농업의 비극은 동물의 주관적 욕구는 무시하면서 객관적 욕구만 잘 챙긴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이고, 이 책은 역사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또한 이런 동물들이 얼마나 우리와 닮은 정서적 기질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필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났다. 비건(완전 채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동물로 만들어진 제품(가죽과 같은)을 줄이고 가끔씩 유제품과 달걀까지는 섭취하는 일반 서양식 채식주의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는 조금 조심스럽다. 채식과 육식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는 의사도 환경전문가도 식품전문가도 아니다. 채식을 해서 내가 내 몸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이 의학적으로 어떻게 풀이되는지, 내 몸에 얼마나 불균형을 초래하는지 아닌지 이런 건 잘 모른다는 말이다. 나는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더 자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뿐이다.

나는 여기서 채식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지난 이 년간 채식을 하면서 느낀 몸의 변화나 생각의 변화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먼저 내 몸의 변화이다.


변비가 사라졌다


나는 자라면서 피자와 햄버거 치킨 등과 땔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에 바쁘셨던 탓에 저녁시간이 되면 나를 맥도널드에 데리고 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릴 적부터 병을 하나 달고 살았다. 그것은 바로 '변비'이다. 나는 학창 시절 친구들이 모닝 똥을 했다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는 모닝 똥을 시원하고 싸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먹는 기쁨과 싸는 기쁨은 함께 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싸는 기쁨을 알지 못했다. 나는 변비약을 달고 살았고 심지어 엄마는 가끔 나에게 관장을 직접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나이에 치질이 생겨 치질 수술까지 해야 했다.


채식을 시작한 후로 나는 매일같이 모닝 똥을 실현하고 있다. 것도 '싸는 기쁨'을 아주 많이 만끽하면서 말이다.

변비가 사라지고 변이 편해지니 한 가지 더 부가적으로 따라온 것이 있다. 수술 후 다시 되살아 나려 했던 치질이 말끔히 사라졌다.


매일 아침을 깨우는 쾌변이 나에게는 이렇게나 감사한 일이다.


 새로운 맛의 발견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맥도널드와 같은 정크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 단련돼 있는 데다 자극적이고 강한 맛, 그리고 짠맛을 열렬히 사랑했다. 이십 대 초반에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 맛집들은 하나 같이 내가 좋아하는 자극적인 맛을 선보였다. 나는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이 부분이 내 몸속에서 영양소의 불균형을 가져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나는 좋아하는 채소들이 아주 많이 생겼다.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던 내가 처음으로 김치의 참 맛을 알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김치에 젓갈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필자는 그 정도는 섭취하고 있다) 버섯이 우리의 식탁에서 얼마나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궁극에 맛을 선사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버섯이 이렇게 종류가 많고 다양한 식감과 맛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때서야 알게 되었다. 특히나 요리가 버섯 하나로 얼마나 아름다워지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요즘 제일 사랑하는 녀석은 '가지'인데, 피자 도우에 토마토와 함께 얹어서 오븐에 익혀먹기도 하고, 올리브 오일에 재워둔 다음에 빵과 함께 먹기도 하고, 파스타에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곁들여 먹기도 한다. 입속에서 맴도는 가지의 그 부드러움은, 사랑하는 이와 키스할 때의 부드러움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몇 주 전에는 Wild Garlic (명이나물/산마늘)을 캐러 다녀왔다. 일년에 딱 1-2주정도가 딱 캐기 좋은 시기라고 한다. 그만큼 때 아니면 못 캐는 나물. 잔뜩 따온 이 산마늘을 가지고 파스타를 해 먹었고, 일 년쯤 먹어도 충분할 만한 페스토도 만들어 놓았다. 맥도널드를 사랑하던 내가 명이나물을 사랑하다니!


요즘은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라 슈퍼에 장을보러 가면 한가득씩 사 온다. 리조또를 해 먹고, 파스타에도 곁들였다. 독일 사람들이 아스파라거스와 즐겨먹는 홀란데스소스와도 먹으니 맛이 있다.


이런 새로운 맛의 발견은 요리를 더욱더 즐겁게 만들어 주었고, 재료의 맛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는 나의 식탁을 더욱더 다채롭게 만들었음에 틀림이 없다.


요리의 즐거움



나는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유학시절에는 그냥 냉동피자를 사다 먹는 날이 많았고, 맛있는 게 먹고 싶은 날은 그냥 나가서 사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특히나 한국에서 혼자 살던 시절에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해 먹는 것보다 집 앞에서 분식을 사 먹는 것이 맛도 있고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채식을 하면서 줄곧 혼자 살았고, 또 지금은 유럽에서 살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긴 하지만, 슈퍼에서 신선한 야채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사실 아직도 나는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은 줄 이제야 깨달아 여러 가지 음식을 요리해 보고 있는 중이다. 한식 양식 일식 가리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 이것저것 시도 중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재료들을 손질하고 요리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도 참 많더라. 이렇게 모르던 것들은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할 수 있겠다.


부가적으로,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가끔 물어왔다. '그래서 살은 빠졌어?' 채식을 다이어트 수단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경우는 나와 목적이 정말 다른 데다, 나는 고기나 인스턴트를 끊으면서 먹는 양이 배로 늘었기 때문에 살은 단 1킬로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건강하게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생각의 변화는

나 자신이 지구의 균형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채식을 하면서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한그루의 나무 심기'를 무자비한 육류 생산 산업을 반대함으로 실천한다는 마음이다. 그와 동시에 알게 모르게 뿌듯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우리가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육류 산업의 부조리를 더욱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최소한으로 할 수 했는 행동 Action 이 고기를 줄이는 것, 나아가 채식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기를 줄임으로서 지구의 지속 가능하고 발전 가능한 가능성에 이바지를 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비건, 락토 오보 베지터리언, 페스카테리언, 이렇게 따질 것이 아니라, 그냥 할 수 있는 한의만큼으로 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채식이 옳아 육식이 옳아가 아니라, 비 인도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고기 섭취를 줄이자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과도한 섭취는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육식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도 우리가 과도하게 많은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다. 이런 과도한 섭취를 줄이고 제철 과일과 채소에 조금 더 관심이 주니, 몸도 마음도 자연스러워졌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말은  자연 Nature과 함께 Natural 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둘러 쌓여 살고 있다.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어떤 정보에 접근해서 어떤 결론을 내느냐는 결코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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