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아가 될 뻔했던 유럽 여행 (1)

교수님 호출에 여행 중간에 갑자기 돌아오게 된 그녀.

by alerce

첫 여행인 뉴욕 여행 이후, 나는 다신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고 그렇게 졸업을 맞이했다. 그런데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와중에 회사 가기 전에 언제 장기 여행을 해보겠냐는 친구들의 설득에, 장기로 여행하기에 좋은 유럽을 두 번째 여행지로 고르게 되었다. (귀도 참 얇다.) 뉴욕도 다녀왔겠다. 더 꼼꼼하게 장장 3주 정도 되는 일정의 유럽 여행을 계획하였다.


23살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기기들이 한국 미국 등에서는 서서히 보급되는 때였고 다른 나라는 비교적 보급률이 낮던 때였다. 스마트폰이라 해도, 카톡을 제일 많이 썼지, 지금은 흔한 다양한 여행 관련 어플이나 서비스들이 자리잡지 않았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느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첫 해외여행 글에 썼던 것처럼 관광을 할 때 데이터 로밍을 하는 것이 지금처럼 필수는 아니었다. 하는 사람도 있었도, 아닌 사람도 있었고.. 선택의 문제 같은 것이었다. 인터넷을 쓰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비싼 느낌도 있었고, 그 당시에는 구글맵에 가고 싶은 장소를 즐겨찾기 한다거나 트립어드바이저로 맛집을 가는 서비스는 상상도 못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딱히 인터넷이 여행에 필요하다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요즘처럼 로밍, 유심칩을 사서 여행지에서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며 맛집, 카페, 관광지 정보를 검색해서 다니기보다는, 일단 비행기 표를 끊으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기에 꽤 많은 시간을 카페에 앉아 친구와 머리를 마주하고 여행 계획을 짜곤 했다. 어딘가 여행 가기 전엔 필수적으로 그 나라에 대한 여행 책은 하나쯤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야 했다. (지금은 조금은 촌스러운 행위가 되었다.) 누가 알았을까, 여행출판사의 앞길을 핸드폰이 막을 줄이야.


나만 해도 그다음 떠난 호주 여행까지도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여행 책자의 지도와 정보만으로 여행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행 책에 있던 밥집이 폐쇄했다거나, 버스 정보가 바뀌었다거나 하는 일은 부지기수였으므로 여행 중에 비교적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여행 도중에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도 숙소의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게 좀 좋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위급 상황에서 카톡이나 메신저, 전화를 쓰지 못하는 것은 위험했다. 요즘은 해외에서도 바로바로 대사관이던,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아니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의 통화나 문자 메시지는 요금 폭탄이라는 무언의 공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웃기다.)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10여 년의 시간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 와서는 책 하나로 통신기기 하나 없이 여행을 했다는 것이 되려 더 놀라울 따름인데... 새삼 나 같은 덤벙거리는 사람도 흔히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또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다는 것은 엄청난 기술 발전의 특혜가 아닌가... 감사하게 된다.


실제로 유럽여행 때 나는 국제 미아가 될 뻔하였는데, 인터넷만 되었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인터넷이 안돼서 벌어진 기이한 일이었다. 나는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교 때 친구를 만나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서두에 설명했듯이 당시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떠난 여행이었기에 나에겐 오래전부터 여행 책자를 보며 치밀하게 세워놓은 계획이 있었다. (두 번째 여행인 유럽여행은 뉴욕 때 이런저런 일을 당해서 조금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숙소도 미리미리 좋다는 한인 민박을 예약해 놓았고, 언제 기차를 탈 것인지, 언제 어디 투어를 갈 것인지 미리미리 계획하였다.


그런데 일이 생겨버렸다.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교의 교수님이 빨리 귀국을 하라며 뜬금없는 압박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과 한국은 시차도 엄청나서 잘 연락도 안 되는 와중에 마음고생을 하며 그래도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주일을 버텼다. 하지만 나랑 팀작업을 했던 친구들한테까지 불이익을 주겠다는 그의 호출 때문에 나는 2주 가까이의 일정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졸업 전시 후 떠난 여행이었고, 전년도까지만 해도 쭉 휴강하는 것이 전통이어서 간 여행이었다. 당시의 동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는 비행기 티켓을 비싼 돈을 주고 다시 구매해야 했고, 모든 숙소의 취소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나로서는 이때의 여행이 지금까지의 여행 중 최악의 여행으로 기억에 남는다. 독일 뮌헨을 거쳐 스트라스부르도 들리고 파리도 갔지만 무엇을 봐도 해방감, 기쁨, 새로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죄책감만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이때 너무 스트레스와 죄책감이 커서 안 먹던 술까지 먹게 되었다.


나로선 갑작스럽게 마지막 여행 날이 찾아온 것이었고, 어떻게든 아쉬운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원래는 파리를 거쳐 네덜란드, 영국을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결국 파리에서 표를 바꾸었다. 갑자기 마지막 날이 될 내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앞으로 보지 못할 유명 미술관들을 하루에 몰아서 보기로 결심했다. (다신 못 올 것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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