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서러워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콜록임과 어지럼증이 그리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뭐 금방 나을 감기 같은 것이겠지.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엄청 건강한 20대 중반이었다. (지금은 잔병, 큰 병 다 달고 사는 중이지만...) 따라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친구들과 매일을 세비야를 쏘다녔다.
세비야는 쇼핑을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자라나 H&M 같은 브랜드가 즐비했다. 자라는 스페인 브랜드여서 자국 브랜드라 그런지 옷 값이 한국보다 현저히 쌌다. 그래서 우린 매일을 그런 스파 브랜드에서 쇼핑을 하며 지냈고, 세비야 대성당에도 가고, 아름다운 연못(?)이 드리워진 세비야 스페인 광장도 갔다.
스페인 광장에는 다양한 배들이 둥둥 떠있었는데, 마드리드 공원에서도 배를 젓는 사람들을 많이 봤던 것을 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노를 저으며 쉬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도 질 수 없지, 여기까지 왔는데 배 한 번쯤은 타보아야 했다. 그렇게 우린 세비야 광장의 연못에서 배를 빌렸다. 음,,, 작아보여서 금방 대여시설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한 시간 동안 도착지에 가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여자 셋의 팔 근육은 형편이 없었으므로, 우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한 시간 안에 가야만 하는 룰이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세비야의 길이 익숙해져 이젠 방향감각이 생겨나고 길잡이가 될 무렵이었을까, 나의 감기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지독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지독하게 노를 저어서였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타지에서 아픈 것이 많이 서러웠던 나는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날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안부를 묻는데 공항에서 친구들 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폐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계속 기침이 났고, 너무 기침을 해서 갈비뼈가 아파왔다.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약을 아무리 먹어도 꿈쩍도 없던 그 감기에 나는 스페인 독감을 떠올리며 이렇게 죽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친구들은 기운 없고 예민한 상태의 나를 어떻게든 끌고 여행지를 돌아다녔는데, 괜찮은 척하는 나의 쎈 척과 하지만 왜인지 아프자마자 작고 한없이 예민해진 나의 마음이 겹쳐져 그것도 나름대로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들의 아무 의미 없는 행동에도 나는 서럽고 슬펐던 것 같다. 왜인지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마 건강했던 도시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을 보면 내가 예민해져서 그들에게 날카로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지에서 아프다는 것이 이렇게 서러운 일인지, 아파보기 전에는 몰랐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상비약을 거의 다 먹었고, 친구가 종합비타민을 주었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밤마다 인터넷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고, 마침내 한 블로그 글을 찾아냈다.
블로그의 그녀도 스페인 유학을 와서 나와 똑같은 증상의 감기에 걸렸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무리 한국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서 스페인의 감기약을 모조리 사서 먹어보았단다. 그중에 제일 효과가 좋았던 약을 추천해주는 글이었다.
빨간색 포장지에 frenadol이라고 적힌 이 감기약. 나는 이 감기약을 기필코, 당장, (!!!) 먹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이제야 나을 방법을 찾았는데.. 그 날은 심지어 주말도 아니었는데... 국경일인지 뭐인지 스페인의 대표 공휴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상점과 약국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겨우 몸을 일으켜 가우디 성당, 구엘 공원 투어를 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