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여행지에서 아팠던 스페인 여행(3)

취객이 아닙니다.

by alerce

그렇게 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공원 투어에 가게 되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웅장한 성당에 세밀한 조각들이 모두를 압도했다. 아직까지 미완성이라는 사실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나의 컨디션은 아직까지는 버틸만했다. 음.. 아니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몸이 버텨주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성당 내부의 형형색색의 모자이크가 쏟아내는 빛깔들은 나의 기침을 잠께 멎게 해 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다음 행선지는 구엘 공원이었다. 정오에 가까워져 가을의 햇살은 온 공원에 드리워졌고 그곳의 갖가지 색깔의 타일 조각들은 날씨에 부응하듯 반짝였다. 하지만 나는 이때부터는 이 아름다운 광경도, 가이드님의 설명도, 친구들의 대화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어느샌가 나는 구엘 공원의 아름다운 의자에 널브러져서는 자고 있었다. (... 취객 아니고요..) 기침을 너무 하느라 지친 나는 폐를 부여잡다가 까무룩 잠에 든 것이었다. 친구들은 멀리 이동할 때만 나를 깨워서 나의 잠자리를 이동시키게 했다. 구엘 공원은 그래서인지 오히려 꿈속의 장면처럼 나에게 남았다.


그리곤 우린 점심을 먹으러 향했는데, 나의 머릿속에는 약을 사야 한다는 생각뿐이 가득했다. 나의 눈은 계속 거리의 십자가 모양만을 좇을 뿐이었다. 이 먼 타국까지 큰돈을 주고 와서 몸이 아파 약 생각뿐 없는 여행이라니. 너무 서러웠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


그때였다. 대부분의 상점이 닫혀있는 공휴일이었지만 초록색 불빛을 빛내며 영업 중임을 알리는 약국을 발견한 것은... 나는 가이드님과 친구들에게 잠시 약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약국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캡처해 두었던 빨간 약을 약사에게 보여주었다.


스페인어는 전혀 할 줄 몰랐지만 그들은 그 약을 꺼내 주었고, 이로써 나는 운이 좋게 투어 중간에 약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제 약을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감에 나는 가루로 된 그 약을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챙겨 먹었다.(점심도 함께 먹는 투어였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 약은 엄청난 졸림을 동반하는 약이었다. 투어가 끝나고 친구들과 방문한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에서 나는 로비 의자에서 또다시 취객처럼 잠만 자게 되었다. 그래도 여행은 다니겠다고 계속 친구들을 따라서 다녔던 것을 보면 독하디 독한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감기가 다 나을 때까지 하루하루를 약에 취해 취객처럼 보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면 나는 커피 대신 약을 먹고 친구들이 담소를 나누는 동안 잠을 자곤 했다.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기분이었고 기침은 한동안 멈춰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여행을 지속했다. (이제 와서 돌이키면 20대의 패기로 느껴지는..) 하루 아예 푹 쉬는 것이 어땠을까 싶지만, 하루하루가 금쪽같던 여행지에서 나는 나를 혹사시키며 그렇게 여행을 이어나갔다.


그 나이를 기점으로 나는 몸이 꺾였는지 여행지에 가서 종종 아프곤 했다. 나이가 들어버린 나는 그럴 때면 현지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는데 익숙해졌다. 뭔가 우리나라 약보다 현지 약은 그 지역의 병에 특화된 느낌이 들어서였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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