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많았던 뉴질랜드 호주 여행(1)

늦잠을 자서 투어를 놓친 나에게 다가온 한 줄기 빛 같던 그녀

by alerce


어떤 해의 추석 연휴였다. 비혼 직장인의 추석 연휴는 여행을 가기에 적절한 시기다. 대학교 때 가보고 싶었던 장기 여행을 더 연차가 쌓이기 전에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연휴에 이어서 연차를 길게 써서 어딘가 먼 곳에 혼자, 오래, 가보고 싶었다. 전의 여행들에서 느낀 점이 있었는데, 나는 해외에서의 연락두절을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요즘은 무조건 로밍을 해서 내 즐거움을 잃었다.)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정말 좋은 호스트를 만나서 재밌게 보내다가 왔던 기억이 전부이다.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도 앞으로 다신 못 볼 그런 호스트였다.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던 시절, 나는 업계 특성상 우연히 일찍 알게 되어 모든 호주 여행의 숙소를 에어비앤비로 다녀오게 되었다.(극단적인 편) 이번 오세아니아 여행까지가 딱 유심도 없이, 인터넷도 없이 여행한 마지막 여행이었는데, 그래서 더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오클랜드를 첫 도시로 묵었다. 조금은 호텔보단 사람 냄새나는, 뽀얗게 먼지가 쌓인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주었고, 다음날 자신의 친구들과 근처 섬으로 여행을 가는데 같이 가고 싶은지를 물었다. 나는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갈 수 없었다. 다음날 호빗 촬영지에 가기로 투어를 예약해두었기 때문이다. (아, 아까워라. 갑자기 현지인이 같이 놀자고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외국에서 투어를 하면 1분이라도 지각을 하거나 하면 그 당사자 책임이 된다. 환불도 안되고, 그냥 버스가 떠나버리곤 한다. 한국에서는 진상을 부리고, 환불을 해달라고 하거나 다시 돌아와서 태워달라고 하면 태워주겠지만, 외국은 아주 철저하더라. 근데 내가 늦으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면에서는 칼같지가 못하다.


이걸 나는 왜 알게 되었냐면 호빗 촬영지 투어를 가려던 내가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하하...) 시차 때문인지 잠이 그렇게 안 오더니 결국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아침 10시가 넘어있었다. 꼭 이럴 때는 햇살이 따사롭고 공기가 묘하게 고요하곤 하다. (늦잠 플래그인가..) 호빗 촬영지 투어는 7시까지 시내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휴.... 망했다. 1분 늦은 것도 아니고 3시간을 더 잤는데 환불을 요청하기도 민망했다. 돈 10만 원은 넘게 족히 날린 것은 그렇다 치고, 이제 오늘은 뭐하지? 이제 와서 그녀에게 나를 데리고 가달라고 해도 될까? 내심 현지인들과 노는 게 난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지만 그마저도 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내가 눈치를 살피러 밖으로 나가자 호스트, 그녀는 막 씻고 준비하려는 상태로 욕실에서 나왔다. 내가 머쓱하게 하이를 건넸고, 그녀는 눈이 동그래져서 왜 투어에 안 갔냐고 물었다. 그래서 쑥스럽게 늦잠을 잤는데 혹시 너랑 같이 섬에 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흔쾌히 콜 해주었고, 난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친구 2명과 함께 섬으로 향할 수 있었다. 서울로 치면 강화도 정도 되는 섬이었는데 가이드까지 붙여서 예약을 해두었더라.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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