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낡은 그녀의 차를 타고 배를 타러 갔다. 갑판대에서 배에 타기 위한 표도 샀다. 처음엔 친절한 그녀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주었지만 곧 대화가 잘 통하지 않자 자연스럽게 할 말이 없어졌다. 점점 그들은 그들끼리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그들이 너무 빠르게 말해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도 지지리도 못했던 시절이라, 조금 소외감을 느낀 뒤, 어떤 섬일까 혼자서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보다 보니 섬에 도착하였다.
가이드가 있었는데 당연히 영어로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 가이드가 하는 말의 80프로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가끔 나무 앞에 서서 알 수 없는 말들을 솰라솰라 늘어놨고, 빈집 같은 것들에 다다라서 어떠한 설명을 잔뜩 해주었다. 모두가 그 집에 들어가서 보존되어 있는 옛날 물건도 구경하고, 옛날 스타일로 티와 쿠키를 마시며 어떤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이곳이 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되었을까 궁금했지만, 알 길은 없었다. 왜 옛날 집이 이렇게 보존되어 있고, 사람들은 이 곳을 보러 오는 것일까. 나무 앞에서 했던 말는 무엇이었을까? 의문만 가득했다. 유배지 같은 곳은 아니었을까? 유명인의 집이었을까? 사람이 없는 무인도라니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섬을 한 바퀴 돈 뒤, 배가 돌아올 때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 키위들은(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말없는 내가 신경 쓰였는지 내가 대화에 낄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우린 음악 얘기를 나누었다. 콜드플레이 노래를 다 같이 부르기도 했다. 좋아하던 팝가수 lorde가 뉴질랜드 출신 가수라는 것을 그들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들도 마치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싸이?' 같은 그런 존재가 lorde였던 것이다. (뉴질랜드 국뽕..!)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그들 중에 채식주의자 친구가 한 명 있어서 초밥을 먹으러 갔다. 생선까지는 먹는 채식주의자였던가. 아님 그 식당에서 샐러드만 먹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내가 vegetarian이라는 단어를 아는 것에 까무러쳤던 그들의 표정이다. 그들은 내가 영어를 알아듣고, 대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계속 놀라워했지만 특히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를 안다는 것에 기겁을 했다. 하긴, 한국어로 쳐도 어렵다면 어려운 단어 같기도 하고...
거의 7년도 족히 넘은 오늘, 나는 그 섬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검색하면서 이미지를 둘러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오클랜드 주변의 섬인 랑기토토섬에 갔던 것 같다. 이미지 속의 검은 돌들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오클랜드 시내에서 랑기토토섬이 잘 보이면 그날은 운이 좋다는 미신도 전해진다. 랑기토토섬은 사람이 사는 섬이 아니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짐 속에 묻어온 곤충, 금지 식물, 씨앗이나 들쥐 등이 있지 않은지 체크하도록 하자.
내가 상상한 모든 것은 다 틀린 것이었다. 단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람이 살지 않은 것이었던 것이다. 난 사실 이 섬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알 길이 없었고, 이런 작은 섬을 우르르 관광하러 온다는 것이 놀라웠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역사적인 장소에 대한 가이드 투어가 많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그녀는 끝까지 친절했다. 내가 퀸즈타운으로 이동할 때, 새벽같이 나가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어떻게 가야 할지.. 난감해하던 차에 그녀에게 말했더니, 새벽에 예약을 걸어서 택시를 불러주었다. 그녀에게 너무 고마워서 연락처를 물어 메일 주소를 받았다. 연락을 하고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나는 몇 날을 고민하고 미루다가 결국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 고이 묻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에어비앤비는 기록이 남는다. 그래서 몇 년 뒤에 그녀는 여전할까 싶어서 그 집의 후기를 보러 다시 들어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