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많았던 뉴질랜드 호주 여행(4)

감히 내 셀카봉을 무시하다니..

by alerce

포트 스테판에서 신나게 사막 썰매를 타다 보니 이런 순간을 셀카로밖에 못 남긴다는 것이 아쉬워졌다. 나는 낯을 가리지만 용기를 내서 다른 여자 무리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사진을 혹시 찍어주실 수 있냐고. 그랬더니 흔쾌하게 그래 주시겠다고 했다. 나는 신나서 여러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내려가는 모습과 올라오는 모습 모두 남길 수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찍을 수 없는..)


그때였다. 혼자 온 것 같았던 남자분이 자기도 찍어달라고 그 여자분들께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나를 보고 용기를 얻은 것이 분명했다. 그도 역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가며 추억을 남겼다. 우린 돌아가는 버스에서 여러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역시 처음 말 트는 것이 어렵지, 한 번 얘기가 터지자 온갖 여행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린 이대로 투어가 끝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달링하버 앞의 스타벅스에서 8시에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약속을 하게 되었다. (다들 인터넷 사용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서 어릴 때 놀이터 모이듯이 약속 잡았다.) 나는 자유 여행 때 달링하버에 여러 번 가보았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어디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린 모두 콜을 외치고는 헤어졌다.


나는 그날 밤 다른 투어가 있었다. 같은 가이드님께 도시 야경투어를 신청해서 여기저기 가이드님의 차를 타고 돌아다니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 불평 전화도 함께였다. 본인들이 15분 이상 늦어놓고 차가 없자 화내는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나원 참. 가이드님은 결국 우리를 어떤 스폿에 내려주고 다시 그들을 태우러 갔다 오셨다.


난 서울로 치면 한남동 혹은 평창동 같은 곳에서 부자들이 사는 집을 구경했다. 중국인들이 호주에 집을 많이 산다고 했다. 고위 간부들의 자식들을 해외로 빼돌린다는 내용을 가이드님에게 들었다. 집들은 다 하나같이 부유해 보였다. 거대한 독채에 성벽 같은 벽이 쳐져있었다.


우린 그곳에서 하버브릿지를 감상했다. 그곳에 간 이유는 부자들 집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좋은 야경을 볼 수 있는 스폿이어서 간 것이라고 하셨다. (나에겐 부잣집도 흥미로웠다.) 충분히 야경을 감상한 뒤 야경이 아름다운 놀이공원인 루나 파크로 향했다. 밤에도 개장을 하는 놀이공원이었는데 영화 속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 얼굴인지 해인지 정문은 좀 기괴했지만...)


아.. 아름다운 이 장면도 역시 사진으로 남겨야 했다. 셀카로는 부족했다. 아쉽게도 부탁할만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이름하야 셀카봉. 셀카봉에 내 핸드폰을 달아 외계인 팔처럼 늘어트려 누가 찍어준 듯한 사진을 몇 장씩 찍어냈다. 만족스러웠다.


그때였다. 어떤 백인 청소년이 지나가며 하는 말이 들렸던 것은 'oh fucking chinese crazy thing!' (오 저 미친 중국 물건은 뭐야!)


'저기요.. 저를 중국 사람으로 착각한 것인지, 제 소중한 셀카봉을 보고 한 소린지 모르겠지만.. 문명에 좀 뒤떨어졌네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겁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용히 셀카봉을 집어넣는 방향을 택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진 탓이다.)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셀카봉이 붐처럼 팔렸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안 팔렸나 보다...


나중엔 해외에서도 많이들 쓰던데. 흥. 어쨌든 나는 야경 투어를 마치고 아슬아슬하게 달링하버로 향했다. 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이드님도 이런 우리가 귀여웠는지 내가 아까 투어 사람들을 달링하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씀드리자 나를 그 근처에 일부러 내려주시곤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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