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셋과 떠난 위험천만 대만 여행(1)

비행기 착륙부터 문제였다.

by alerce

친구들과 갑자기 대만에 가게 되었다. 연휴를 맞아 뭐할까 친구들과 고민하다가, 갑자기 여행을 가면 어떨까 계획을 세우게 되었던 것 같다. 나의 친구들과의 여행은 늘 그런 식으로 시작되곤 했다. 어디 가고 싶다~ 어디 갈래? 그래! 이런 과정이면 충분했다. (쿨한 친구들...)


대만에 갈 때쯤에는 이제 좀 여행가스러워졌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조금은 발전이 있었으리라.) 일단 환전은 전체 비용의 1/3 정도만 하자. 어차피 많이 하더라도 도둑맞기도 하니까. 카드가 요즘은 잘 돼있어서 카드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해외 결제 수수료가 낮은 카드들도 많았다. 욕실 용품은 걸 수 있는 방수 키트에 정리해서 넣고, 숙소도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의 에어비앤비 경험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과의 교류까지..! 에어비앤비만 한 선택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에 의문을 가졌지만 나는 몰아붙였다. 나만 믿으라며. 이쯤 되면 이제 나름의 여행 전문가로 불리어도 되지 않을까... 흠흠... 조금은 자만하면서 여행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 여행은 저번 여행들과 같이 사건 투성이의 여행이 되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쓰고 보니 나의 잘못이 매우 많구나 싶다.) 다행히도 첫 번째 사건은 친구의 실수였다. 친구들과 준비를 마치고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이제는 조금 익숙한 입국 과정을 마쳤다. 우린 여행을 간다는 설렘에 한껏 들떴고, 계속 이상한 개그를 서로 날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머리가 셋이나 있으니 순조롭게 플랫폼도 찾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올라서는 각자 여행 책과 프린트해 온 여행 가이드 들을 보며 어딜 갈지 계획을 짰다. (이제는 구시대적인 유물 같지만 습관처럼 가져가는 책과 가이드 팁들..) 그때였다. 친구가 핸드폰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비행기가 뜨기 전이었다. 우리는 승무원에게 말해 찾아보고 오라고 했지만, 친구는 우물쭈물했다. 아마도 너무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에서였을지도, 곧 출발하려는 이때 갑자기 나간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당황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행기는 곧 출발했다. 그녀는 여행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핸드폰도 없이, 점점 땅과는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는 친구 중에 제일 마음이 넓고 잔잔한 성품의 친구이다. 나라면 못 견딜 일들도 늘 담담하게 이겨내는 속 깊고 바다 같은 친구다. 나라면 눈물을 흘렸거나, 화를 내거나, 자책 모드로 들어가 시무룩해졌을 텐데 그녀는 계속 연신 괜찮다며 너희 계획이나 짜라고 했다. (오히려 하하하하 웃는 그녀가 제일 당황해 보였던 것은 왜일까..)


사실 하늘 위에서 핸드폰은 큰 영향력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가이드 북들을 참고하여 나름의 계획들을 세워나가다가 까무룩 잠들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유럽이나 미국, 호주에 비하면 가까운 편인 대만이었는데도 푹 자서인지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진짜로 우린 오래 날고 있었던 것이다. 비행기가 소란해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다.


비상 방송이 나오고 계속해서 착륙을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대만에 태풍이 몰아쳐 온 때에 우리는 대만 여행을 간 것이었다. 여행 전에 알았던지 몰랐던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 봤자 비 좀 맞으며 돌아다니겠거니 했으리라.


그런데 이렇게 착륙을 못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행기는 착륙을 시도했다가 다시 실패해서 상공으로 떠오르는 과정을 반복했다. 연료는 한정적일 텐데 몇 번을 시도해도 비 때문인지, 바람 때문인지 실패했다. 그러자 외국어로 솰라솰라 방송이 연신 나와댔다. (외항기였다.) 우린 잠에서 번쩍 깨서 서로 부둥켜안고 어떻게 하냐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핸드폰 사건은 이미 잊힌 뒤였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걸까. 흔들리는 비행기는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같았다. 간 떨어지는 느낌을 몇 번씩 느꼈다. 승객들 모두 비명을 지르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났을까? 비행기가 다시 몇 번의 방송을 하더니 지상에 무사히 착륙을 완료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승객들은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도 괜스레 소심하게 박수를 치며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긴장한 기색이 여력 했다. 그런데 내려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원래 예정된 타이베이 공항이 아닌 다른 대만의 공항에 착륙해 있었다. 우린 대만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난대 없이 떨어져 있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친구는 핸드폰도 없어 이런 황당한 위급한 상황에 대해 가족에게 연락도 못하고 있었다.



keyword
이전 02화첫 해외여행이 얼렁뚱땅 뉴욕 여행(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