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바다보고 걸으면 그게 바로 여행이다.
최근 인상 깊었던 여행이라,
코로나 시국이 풀리면서 다들 미뤄왔던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나의 경우도 며칠 전에 강릉과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왔다. 최근의 인상 깊었던 여행을 꼽으라고 해도 여행을 간 적이 최근에 딱 두 번뿐이 없기 때문에 강릉 여행과 싱가포르 여행 정도 중에서 골라야한다. 근데 문득 둘 중 하나를 고르려 하니 이상하리만큼 두 여행의 뉘앙스가 비슷하여 무엇인가 더 '인상 깊다'라고 딱히 꼽기가 어렵다.
강릉에서도 싱가포르에서도 비가 왔다.
강릉에서도 싱가포르에서도 미디어 아트 전시를 보았다.
강릉도 싱가포르도 남자친구와 갔다.
강릉에서도 싱가포르도 맛집을 쏘다녔다.
강릉에서도 싱가포르도 바다 구경을 하다가 왔다.
좀 더 디테일하게 차이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싱가포르는 해외고 강릉은 국내다.
싱가포르는 더 오래 있었고 나중에 날씨가 개기 때문에 거리도 많이 걸어 다니며 구경했다.
강릉 여행은 거의 당일치기 여행이나 다름이 없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
강릉에는 초당 옥수수 커피가 있었지만 싱가포르에는 야콘 카야 토스트가 있었다.
강릉은 떡볶이를 먹었고 싱가포르에서는 딘타이펑과 커리를 먹었다.
흠... 큰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어디에 있으나 하는 행동이 거기서 거기인 인간인 것이다.
도시를 좋아하고, 바다 보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 걸 먹고 마시고, 거리를 구경하고, 미술관을 간다.
어느새 나는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적당히 내 나름대로 여행지를 즐기는 '어떤 특정한 방식'을 만들고 고수하고 있었다. 내 스타일대로 여행하는 것은 편하고 안전하지만 특별한 인상 깊음을 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인상 깊은 여행을 위해 다음 여행지를 사막이나 유적 한가운데로 정하는 것은 상상이 안 간다.
또다시 여행을 간다면, 또다시 어딘가의 도시에서 맛있는 걸 먹고, 커피를 마시고, 미술관을 가려나.
여행만큼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조금은 매너리즘에 빠져도 상관없지 않냐며 합리화를 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