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당사자의 사소한 깨달음
나의 브런치 구독자분들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다.
나는 얼마 전에 여러 가지 사기 수법을 주제로 연작소설을 집필했는데(지금은 하나를 제외하고 글을 비공개처리했다) 그만큼 '사기, 기망' 행위에 관심이 있다.
(참고)
https://brunch.co.kr/@artiswild/165
왜냐하면 내가 사기를 당해봤으니까!!!!
중고거래 사기 2회 (심지어 내가 판매자인데 당했다ㅠㅠ) 보이스피싱 당할 뻔 1회 (이때 사기를 안 당한 이유는 내가 잘 대처해서가 아니고, 판매자가 내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는 별 볼 일 없다 생각했는지 놓아줬다 참나ㅋㅋ) 다양하게 사기를 당했고 심지어 같은 사람한테 연속으로 당한 적도 있다ㅋㅋ
그래서 이제는 좀 안다. 사기를 당하지 않는 사소한 방법들을.
1. 나는 똑똑하다 믿는 순간, 당신은 제일 허술해진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사기당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이 명제는 부족하다. 차라리 이렇게 바꾸는 게 맞다고 본다. "너무 똑똑해서 끝없이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는 사람은 사기당하지 않는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은 오히려 사기당하기 쉽다. 사기꾼은 기본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판단력도 빠른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은 타깃과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의 성격을 재빠르게 파악한다. 자기 확신이 높은 사람들의 특성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는지 아닌지 타인에게 "확인"받지 않는다. 사기는 언제나 이 지점을 증폭시킨다. 연상 과정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내 말이 맞아.
내가 좀 알거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좋거든.
내 판단이 맞아. 이 사람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어."
스스로가 똑똑하다 믿기에 이상한 점을 발견해도 쉽게 의심하지 않고 판단을 번복하지 않는다. 내 생각을 의심하는 일은 "나는 똑똑하고 현명해"라는 명제를 지키기 위해 키워온 자존심과 자존감을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에 해당됐다. 나는 학창 시절에 공부도 나름 잘했고 주변에서 야무지다는 소리 듣는 사람인데 사기? 그건 바보들이나 당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던, 자기 확신의 정점 시기에 사기를 당했다(ㅋㅋ아 내 돈!!!) 사기꾼들은 당신의 자기 확신을 흔들면서 사기 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점을 예민하게 이용해서, 사기꾼의 말과 행동을 믿게 하고, 스스로 사기꾼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그러니 뭔가 이상한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판단을 믿지 말고 주변인에게 꼭 물어보라. 3명이 넘는 사람이 "이상하다"라고 말하면 도망가야 한다. 자신을 믿지 말라. 의외로 우리는 허술하다.
2. 계절을 모두 보내지 않은 사람을 동정하지 말자.
사기꾼의 또 다른 수법은 당신의 측은지심을 이용하는 것이다. 타인을 어여쁘게 여기고, 불쌍히 여길 줄 아는 당신의 귀한 마음이 사기꾼들의 재료가 되는 시대라 서글프다. 남을 돕지 말라 말하고 싶지는 않으니, 적어도 누군가를 도우려고 한다면 '나와 최소한 1년은 함께 보내본 사람'을 도왔으면 한다.
그 사람과 함께 한 봄에, 그 사람은 어떠했는지.
같이 보낸 여름에, 그 사람의 말과 환경이 일치했는지,
곁에 있던 가을에,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한 해가 끝나는 겨울에도 그 사람은 내 곁에 있었는지.
1년은 내가 생각하기에, 누군가를 인지하고 이해하는데 걸리는 최소의 단위이다. 사실 1년도 사기꾼들에게는 짧은 시간이다. 공을 들이면 얼마든지 연기로 공을 들일 수 있다. 일단은 사계절을 모두 함께 보낸 사람이 아니라면 섣불리 돕지 말라. 우리나라는 의외로 살기 좋은 나라이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당장 아사가 걱정되는 이가 아니라면,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경제적인 도움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또한 당신의 경제적 도움이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구제할 수 없다.
이 말은 반대로, 지금 당신이 돕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완전히 바닥으로 처박히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정 그 사람을 돕고 싶다면 구제 '방법'을 함께 의논해 보는 게 좋겠다. 당장 돈을 주거나 자산을 명의변경해주지 말 것. 언제나 남을 아끼는 만큼 당신 스스로를 아낄 것.
3. 세상의 화려한 것들은 모두 '빌릴' 수 있다.
외제차, 명품가방, 1 티어 시계, 고급 레지던시, 요트, 최고급 품종 동물
= 모두 '렌트' 된다.
1억만 투자하면 10억으로 만들어줄게요. 10분 안에 이익내서 입금해 드릴게요. + 온갖 화려한 명품들. 이런 사기 행위에 속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너무너무너무 많다.
인스타나 네이버 블로그에 보이는 값비싼 물품들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당신도 빌릴 수가 있다. 실물로 봤다 해도 마찬가지다. 실소유가 증명되지 않은 것들을 믿지 말라. 또한 '진짜 부자'들은 물건으로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그들의 이미지는 남들에게서 빌릴 수 없는 것들로부터 온다.
물건을 보고 상대의 능력을 판단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나태한 평가이다. 정말로 상대를 신용할 수 있는지, 대단한 사람인지 보고 싶다면 그 사람의 주변인을 함께 봐야 하고, 그 사람이 걸어온 과거를 봐야 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어디로 가는지 그 사람의 미래를 봐야 한다. 이 말인즉슨, 누군가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그만큼 힘들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단지 물건만으로 상대를 모두 믿어주는 건 위험하다.
4. 쎄이더는 진짜다.
쎄이더 = 어? 쎄한데? + 레이더
당신은 그 어떤 사기꾼들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 당신의 머리에는 수십 년간의 경험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쎄~~ 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싸함을 믿는 게 좋겠다. 나는 이 쎄이더를 억지로 끄고 사는 바람에 사기당했다ㅋㅋ
이 쎄이더의 단점은, 가끔 잘못 켜져서 좋은 사람도 나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단점으로 내가 겪는 손해보다는 가끔이라도 적중한다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믿자.
5. 정말로 사랑한다면 돈을 뜯어내지 않는다.
이건 너무 간단하다.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귀하게 여기면 비록 내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한들 돈을 '뜯어내지' 않는다. 계속 돈을 이야기하고, 거절하려 하면 화를 낸다? 당신을 안 사랑하는 거다. 당신이 경험한 환상은 가짜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자. 당신이 상대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데, 그 사람에게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병원비를 달라고 매달려볼 자신이 있을까? 사랑의 크기는 액수로 결정할 수 없고, 돈을 빌려주고 마느냐는 사랑의 역할도 아니다.
일단 이 명제만 가슴에 새긴다면 그 어떤 사기꾼에게도 안 당할 수 있다(ㅋㅋ) 세상 모든 돈은 더럽고 치사하다. 너무 더러워서 반쯤 패 놓고 싶을 정도이다. 자본주의세계에서 돈이란 그런 놈이다. 그런 돈을 한 방에 쉽고 간편하게 벌 수 있다고 바라면 안 된다. 이 명제가 사기를 막아내는 가장 중요한 명제이므로 제일 크게 적었다. 어떤 부적보다도 이 명제의 효과가 좋을 것... (씁쓸)
7. 드라마킹, 드라마퀸이 되지 말자.
당신의 평범했던 일상을 180도 바꿔주는 백마 탄 어쩌고의 등장. 그런데 그런 사람을 연애 어플에서 만났다? 내가 하는 일이 소설 집필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나조차도 쓰지 않는다. 인생은 유유상종이다.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라 내가 누군가에게 백마 탄 왕이 되지 못한다면, 바라서도 안 된다.
8. 항상 물을 것.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했을 때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곧장 보이스피싱 전담센터에 전화를 해서 미주알고주알 물었다. 그 덕에 빠르게 알 수 있었다. "내가 믿은 그 모든 말이 개구라였음을..."
정부지원센터, 가족, 친구, 아니면 하다못해 트위터. 비록 1인가구로 살고 있다 할지라도 세상에 물어볼 수 있는 창구는 많다. 이상하다 싶으면 꼭 물어볼 것. 누구도 답변해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하나의 답변을 받기 전까지는 기다렸다가 판단하자. 다수가 아니라고 하는 길을 굳이 걸을 필요가 없다. 그 길은 가시밭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9. 믿음은 언제나 자신에게만.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 가시밭길까지 걷겠다는 믿음은 오직 스스로를 위해서만. 당신의 꿈을 이루는 일에만 그 믿음을 쓰자. 타인을 위해 쓰지 말 것.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라 영웅만큼 악당들도 많아졌다. 모두가 사기당하지 말고, 자신과 환경을 잘 지키며 행복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기꾼은 경찰서에~!
사기 도움으로 서칭되는 네이버 지식인 링크를 놓고 갑니다.